호주 137일 차

블루투스 키보드가 고장났다. 고민이 마무리 된다.

by 백윤호

고민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한번 시작된 질문은 머릿속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유쾌하지 않은 기분. 불편하고 찝찝한 이물질이 이 사이에 굳건히 버티고 있다. 치실이 있다면 좋으련만.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가장 신뢰하는 사람, 객관적인 사람 등등. 주위에 물어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고민하는게 내 상황에 대한 비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 때문.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든 쓸모없는건 아닐테니까.

신뢰하는 사람은 이미 고민이 끝났다고 말한다.

"그정도 고민했으면 이미 해야되는거네요."

객관적인 사람은 둘을 두고 무게를 재보라고 말한다.

"호주생활이 더 크면 남는거고 거기가 더 크면 가는거지."

내부사람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불투명해. 선택은 그대 몫이지."

각각의 말은 결국 내가 결정해야된다는 것. 고민을 그정도 했으면 답은 나에게 있다. 이 대답은 조금만 정보를 가지고 하기로 했다. 잠시 미룬다.

매일 가지고 다니던 키보드가 맛이 갔다. 싼 맛에 산거라 어디 AS를 받아야하는지 갑갑하다. 그냥 보내줘야 하겠지... 다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간만에 잡은 노트북. 좀 더 커진 화면을 마주하는 기분은 새롭다. 새 컴퓨터를 쓰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침대에서 벗어나 책상에 앉아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귀찮을 따름이다.(내 노트북은 오래된 것이라 콘센트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 그리고 노트북은 책상 위로 고정시켰다.)

가격이 괜찮으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구입해야겠다. 귀차니즘은 결국 소비를 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호주 136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