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뤘던 마감을 시작한다. 날씨는 여전히 짖궃다.
우중충하다. 하늘은 먹구름을 덮고 있다. 가끔 이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인간들의 도시는 흠뻑 젖는다.
며칠간 도시가 푹 젖었다. 아니 젖었다 말다 했다. 줬다 뺐다 하는게 가장 약오르는 것처럼 도시는 약올림을 당하고 있다. 빨래를 잔뜩 쌓아둔 인간들은 잠시 해가 나올 때만을 기다릴 뿐.
호주에서 비는 대수롭지 않다. 영국의 관습이 남아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비가 엄청나게 오는 날에도 그냥 맞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에서 비는 그저 '불편한 말썽꾸러기' 같은 느낌. 말썽꾸러기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불편할 따름이지 심각하게 위협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밖에 내놓은 빨래도 비가 오던가 말던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마감을 잔뜩 쌓아두니 일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다. 미루고 미뤘던 마감을 끝내러 카페를 찾았다. 날씨는 잔뜩 찡그리고 있다. 그래도 마감은 마감이지. 이럴 때는 정신을 바짝 부여잡는다. 부여잡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수려한 문장은 포기하고 쓰는 일에 집중한다. 잠이 쏟아지지만 읽고 쓰는 것을 붙잡고 있다. 겨우겨우 마감을 쳐내간다.
고민은 풀렸고 계획은 세웠다. 남은 건 호주에서 남은 보람을 수확해가는 일. 그래 마감부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