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몸에 익어간다. 생활은 점점 스며들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 6시 반에 기상해 12시에 잠든다. 군댈 온 것 같다.
어제는 LGBT 축제가 시드니 시티에서 열렸다고 한다. 피곤함과 집이 멀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던 축제 소식을 아침에 들었다.
"어제 갔는데 사람들이 벌거벗고 있던데요."
같이 일하는 동료는 선한 눈망울로 어찌보면 악한 말을 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벌거벗는게 대단한 것일까. 그들이 그날만큼은 자유롭고 싶다는 반증아닐까. 뭐 물론 이건 내 생각에서 머물러 있을뿐. 축제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대단히 한국적이다. 한국에서도 하기 힘든 성적 농담이 왔다갔다. 어쩔때는 나 혼자 헉하고 놀랄 정도의 인격모독. 문제는 그들은 선한 눈망울을 초롱거리며 하고 있다는 것. 참... 생존을 위해 사람이 독해진건지. 사는데 급급해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건지. 한인 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건지. 이건 좀 더 지내보면 알겠지.
요새는 일끝나고 1시간 이상 조깅한다. 오늘은 매번 가던 맨리비치에서 col craft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같이 사는 룸메에게 물어보니 웨스트필드 백화점이 있단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가 뛰었다가 하면서 4km쯤을 움직였다.
이곳은 길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다. 인도가 있을 것 같이 쭉 가다가도 어느 순간 풀밭이 나온다. 다행히 호주는 사람이 먼저다. 차가 가다가도 사람이 길을 건널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면 멈춘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당황했던 경험도 있다. 차가 지나가고 건너려고 하니 갑자기 앞에서 차가 멈춘다. 한참을 쳐다보니 지나가라며 손짓을. 차도를 걷는 순간이어도 사람이나 자전거가 보인다면 최대한 양보를 해준다. 좋은 문화다.
한참 걷다보니 골프장이 보였다. 오후 5시. 삼삼오오 모여 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 여느 고급 골프장은 아닌 것 같았다. 가족 단위 사람들도 보이고. 오후 5시에 공원 같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여유란. 호주라는 나라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매번 감탄한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날씨는 더위를 벗고 있다. 한꺼풀 벗었을 뿐인데 바람이 훅훅 스며든다. 스며드는 바람만큼 호주에서의 하루도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