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4일차

by 백윤호

270불. 3일간 노동의 결과. '윤호'라고 적힌 하얀 봉투. 호주에서 처음 번 돈.

이 돈에는 3일,하루 9시간의 노동이 들어가 있다. 이 돈에는 트레이닝 기간이란 명목하에 시간 당 10불로 깍인 부당함이 있다. 이 돈에는 뜨거운 밥을 만지고 날카로운 칼을 잡았던 위험이 있다. 이 돈에는 그럼에도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이 있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은 건 편의점 아르바이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한국이나 호주나 최저임금을 받는게 어려울 줄 몰랐다. 더군다나 한인에게서 일하는게 이렇게 '착취'당할 줄이야.

그럼에도 270불이란 돈은 마음을 살찌운다. 오전 내내 피곤과 싸웠던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준다. 정당한 댓가라고 생각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임금은 임금이다. 슬쩍슬쩍 봉투 안을 확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일과를 끝내고 동료들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여러 얘기들이 나온다. 사는 얘기. 휴대폰 얘기. 같은 쇼핑몰에 있는 스시바 얘기. 한참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과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만나봐야 알겠지만 호주에 있는 한인들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오픈 됐다는 것? 더 억세다는 것? 뭔가 형용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것. 더 겪어보면 알겠지.

간단히 운동을 하러 맨리 비치를 찾았다. 이번에는 매번 가던 길이 아닌 해변가 사이로 난 길을 찾았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렀다. 사람들은 열심히 운동하고 달리고 놀았다. 독특한 모습의 건물도 보였다. 같은 곳을 다르게 가니 그 또한 색다르다.

하루가 그렇게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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