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2일차

by 백윤호

낯선 곳에 오게 되면 생활을 규칙적으로 바꾼다. 몸이 하루를 익게하는 나만의 방법. 일, 운동, 글, 저녁, 책, 잠. 당분간은 반복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좋다. 비록 여러가지 여건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근 한달만에 땀을 흘린다. 머리가 몸으로 옮겨간 것 뿐이지만 노동은 그럼에도 기쁨을 준다. 고단한 일상에서 좋은 일은 사람을 기쁘게 한다.

우스개 소리로 호주에는 계급이 존재한다고 한다. 가장 하층 계급은 불법체류자. 그 다음이 워홀러, 학생, 개, 영주권자, 시민권자 순.

"이곳에서 개는 자기 가문으로 등록해야 키울 수 있어."

우스개 소리를 전해준 친구의 말이다. 워홀이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12일차 이후 몸으로 느꼈다. 머릿 속 느낌은 그저 지식일뿐.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고만' 있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일하면서 이곳 한인들이 '영주권'을 목표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워홀이든 세컨더리든. 그들은 이곳에서 살고 싶어했다.

"저도 웬만하면 살고 싶어요. 좋잖아요. 호주."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 온 동생은 호주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었다. 솔직히 좋은 나라다. 저녁이 있고 치열한 경쟁이 없다.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지만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 분명 매력적이다. 그런데 나는 그닥. 무슨 이유인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지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직 덜 살아봐서 그런가.

제법 일이 손에 익었다. 익은 만큼 몸놀림은 더 빨라졌다. 일은 쉬워졌지만 계획은 어렵다. 어느 부분에서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도전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는다. 익숙해질수록 벗어나는건 어려워질텐데. 각오를 다 잡아야할 듯 하다.

"호주에 왔으면 도전해야지. 여기는 그래야 남아."

친구의 말을 다시한번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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