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05일 차

아무말대잔치.

by 백윤호

가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느냐는 중요하다. 그 사람을 어느정도의 선에서 대해야할지 정해지기 때문. 여기서 선이란 공과 사의 기준이다.

사실 나에겐 공과 사의 기준이 어떻게 같은 말을 더 공손하게 하냐 직설적으로 하냐의 차이다. 정제된 문장과 말들은 사람을 서늘하게도 따뜻하게도 만들 수 있다. 그 위력을 스스로 느끼고 해봤다. 양 측의 시각을 둘 다 서본 경험은 이 문장과 말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영향은 나에게 돌아오겠지. 그런점에서 본다면 나는 '나'를 좀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나'의 만족을 위해 직설적이고 옳다는 일에 더 투신하니까.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아무말대잔치. 정제된 말이 아닌 피곤과 술과 분위기에 이성을 실어 버린다. 흐릿해진 이성을 감성은 비집고 들어온다. 붉은 그것은 홍조띤 얼굴로 검은 혓바닥을 놀린다. 혓바닥이 뱉어낸 파편. 파편은 찌르기도 충격을 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바꾸려고 하진 않았지만 느낀 점을 얘기했다. 나에게 어떤 부메랑이 날아올지 알면서도 한 것. 어딜가나 아직은 수양이 부족한 것이겠지.

살포시 5분 쪽잠을 잤다. 다시 일이다. 머릿속을 비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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