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06일 차

뿅뿅이. 일장춘몽은 한순간.

by 백윤호

매주 목요일은 쇼핑을 하는 날. 오늘도 길을 따라 나선다. 차가 있으니 이곳저곳 심부름이 많아진다.

별것 사진 않았다. 티 몇 가지와 셔츠 정도. 마스터가 향수를 선물해줬다. 좀 비싼 향수. 오랜만에 쓰는 향수다. 명품이란 것을 크게 따지지 않는 나지만 향수는 좀 비싼 걸 쓴다. 첫 향수가 운좋게 좋은걸 얻었던 탓. 한번 향에 반하니 다른 향수 쓰기가 아까워졌다. 그리고 오늘 처음 샀던 향수를 다시 선물받았다.

오전을 그렇게 보내곤 마스터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다. RSL이란 곳이라는데 큰 식당과 도박장, 바가 같이 모여있다. 좁은 길을 슝슝 헤치며 가니 도착. 거리는 멀지 않지만 운전하기에는 좀 까다롭다. 그런데 아뿔싸. 입장을 거부당했다.

"너 신발 갈아신고와."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려하니 가드가 막았다고. 부리나케 뛰어가 신발로 갈아신었다. 이곳에는 여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술과 도박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 슥슥 내 정보를 입력하니 종이로 된 입장권을 준다. 입장권을 들고 밥을 먹으러 간다.

마스터 어머니가 다음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쉬는 날(마스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휴일이다.)이라 좀 거하게 먹자고. 얌차를 다시 먹으러 왔다. 간간한 음식들이 나왔지만 그래도 맛은 있는 편. 배터지게 먹고 잠시 놀다가자며 도박장으로 안내했다. 호주에서 도박은 일종의 스포츠. 카지노를 제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앉아 있었다. 경험을 해보자고 앉아 50불을 넣었다. 그리고 10분도 되지 않아 사라진 돈. 도박은 이래서 무섭다.

마스터와 가족들을 기다린다. 마스터도 꽤 돈을 잃었다. 어머니도 끝났다며 왔다. 그런데 아버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뿅뿅이(누르는 게임이라 그런지 뿅뿅이라 호칭하더라.)를 보던 우리. 점점 커지는 액수. 결국 500불을 땄다. 도박의 묘미인가. 잃었던 돈을 전부 되찾았다.

문득 처음에 사장형이 얘기했던 말이 생각 났다. 도박 조심하라고 했던 말. 왜 그 말을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저 맛을 내가 봤다면 아마도 계속 드나들었겠지. 재밌게 놀고 집으로 향한다. 미뤘던 잠을 다시 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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