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11일 차

어머니가 귀국하신다. 집이 한산해진다.

by 백윤호

세어마스터 어머니가 귀국하신다. 집이 한산해진다. 이사하면서 만난 인연이지만 한 달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두 분은 이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내가 이사 오기 전에 당하신 사고. 다행히 크게 다치시진 않았다고. 나중에 사고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좌회전 하려던 차가 길을 건너던 두 분을 보지 못했다. 급하게 출발하느라 두 분을 쿵쳤다고. 멈추지 않았으면 더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어머님 바로 앞에서 바퀴가 멈췄으니까. 그 날 이후로 잠을 잘 못주무시는 어머니였다.

마지막 날. 두 분을 모시고 마스터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화, 수는 내가 녹초가 되는 날. 잠을 자고 어렴풋이 깨니 집이 휑하다.

'아 저녁먹으러 나갔구나.'

다시 잠에 든다. 피곤이 정신을 이기는 상황. 많이 축적된 피곤이다. 화, 수 만큼은 아무 생각도 못하겠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세 명이 들어온다. 동시에 잠에 깬다. 대충 씻고 방문을 나선다.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한다. 전주에 오면 연락하라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뵙고 나선다.

두 분을 보면 호주에서 이방인이(비자를 기준으로.) 다친다는게 얼마나 서러운지 알 수 있다. 메디케어(호주의 건강보험)가 적용되지 않는 사람이 이곳에서 다치면 정말 답이 없다. 병원비가 한 두푼이 아니니까. x-ray를 몇 군데 찍어도 가뿐히 2만불이 넘어간다. 돈이 무서워서 치료가 불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사고가 엮어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의 인도에 따라 치료가 가능하다. 답답하다. 사고가 난 후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었다. 그나마 2주일이 지나 치료가 시작됐다. 이것도 빠른거라고. 덕분에 비자 문제가 엮인다.

"한국가서 치료 받게."

한국에서도 치료를 받고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단다. 그래서 어머니는 집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낯선 호주보다 한국이 더 편하다고 하신다. 친척 결혼식도 엮여 있어 가봐야 한다고 한다. 비행기 타는게 무섭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녀가 말했다.

"안정제 먹고 자야지뭐. 별 수 있겠니."

12월에 다시 호주로 와야 한단다. 치료와 사고처리 때문. 그 전에 귀국해서 한번 찾아뵈어야겠다. 덕분에 호주생활동안 이래저래 편히 지낼 수 있었다. 매일 일마치고 오면 들리던 '고생했다.'란 소리가 하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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