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32일 차

팜비치. 조용하고 여유로웠으며 따뜻했다.

by 백윤호

차를 팔아야 한다. 갑작스런 연락에 일정이 바뀌었다.

"내일모레까지 일하고 차 주면 돼."

사장이 말했다. 일 끝나자마자 주려고 했던 것이지만서도 아쉽다.

차가 없어지기 전에 멀리 가보기로 했다. 팜비치. 이곳에서 차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후배들과 함께 차를 탔다. 길을 슝슝 달린다. 멀리 산을 타고 올라간다. 주위에 야자수가 우거져 있다. 긴 도로는 꼬불꼬불 펼쳐져있다. 멀리 보이는 경치들. 좋다. 처음 가는 길은 설레기 마련이다.

"보성에서 벌교가는 길 같아."

운전을 하던 내가 말했다. 주위에서는 '백양사 가는 길 같다.'는 둥 각자가 가진 경험만큼 느낀 점을 펼쳐놓는다.

팜비치는 붉은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정말 작은 곳. 조용하다. 사람이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여유를 즐기고 있다. 서핑을 즐기는 곳이었던 맨리와는 달리 바람도 잔잔하다. 조그마한 곳. 먹을 거라고는 카페 외엔 없다. 상점도 거의 없어서 모두들 그곳에 몰려있다.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맛은 그닥. 경치와 여유로 식사를 즐겼다.

잠시 길을 돌아서 백사장을 걷는다. 햇빛이 따뜻하니 저마다 태닝을 즐기고 있다. 연인이나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다. 호주다운 호주라고 할까. 차를 타고 길을 돌아드니 펍이 보인다. 잠시 멈춰 요트를 바라보며 한잔한다. 운전을 해야하는 내가 못 마신건 아쉽다.

돌아가는 길은 피곤의 연속이다. 길은 막히고 차는 가득하다. 신경은 곤두선다. 그래도 팜비치의 풍경과 여유를 곱씹으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무리를 했어도 가기 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호주 231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