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도전했다. 그리고 망했다.
이른 아침. 운동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미뤄뒀던 운동. 몸 곳곳이 아린다.
육체노동의 고단함이 사라진 자리엔 고스란히 통증이 밀려들어온다. 그동안 잊고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것들. 빈 자리가 무섭게 밀려들어온다. 허리를 중심으로 통증은 점점 커진다. 그동안 마사지로 막아왔던 것들이 반발이라도 하듯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런 고통은 육체를 굴림으로써 잊어야 한다. 아침 조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꺼운 후드티를 뒤집어 쓴다. 땀을 조금이라도 더 빼기 위해서다. 두터운 후드티가 몸 안을 금방 달군다. 날씨는 살짝 쌀쌀한 정도. 햇볕이 좋으니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드니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스트라스필드는 조깅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간 밤 거리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거지만 오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조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새벽 5시만 넘어도 너나할 것없이 운동복 차림으로 동네를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처음 내가 살았던 발골라는 운동이 생활이었다. 자전거며 테니스며 심지어 골프까지. 그러나 스트라스필드는 그 모습을 보기 어렵다. 다만 너나할 것 없이 출근에 바쁜 사람들이다. 이것도 지역과 소득에 따른 차이인 것인가.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코스는 5km로 잡았다. 대략 스트라스필드에서 버우드까지 가는 길을 왕복하면 그정도가 나온다. 뛰다 걷다 할 수 있다. 큰 도로가 있어 눈치보지 않고 할 수 있다. 하기사 이곳에서 눈치라는 걸 봤는가 싶기도 하다. 어떤 머리든 옷이든 하고 다녀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좀 초췌하다면 초췌한 몰골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뭔 상관인가. 나만 괜찮으면 되지.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선의 자유로움이란. 헉헉대며 뛰기 시작한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슬쩍 쳐다본다. 그래도 이내 자기 갈길을 간다. 그들의 표정은 느끼기에 이러하다.
'아 뛰는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오늘은 이탈리아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통 음식점이라 해 기대가 크다. 호주의 장점 중 하나가 세계 여러 음식들을 제한없이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워낙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 그런지 정통이라 불릴만한 곳들이 많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지라 '정통'이란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왠지 더 맛있을것 같고. 그래서 기대했다.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 더더욱. 그리고 믿음은 배신이 기본이란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맛은 있다. 단지 엄청 짤 뿐이다. 알지도 못하는 요리에 도전하는 무모함에 우리는 빵 속에 들어가야할 것들을 생으로 먹는 참사를 저질렀다. 짜고 이상하고. 속은 메슥껍다. -알못은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결국 피자 한 조각을 먹고 겨우 빠져 나온다. 그날 가장 맛있던 것은 '로제'와인이다.
와인을 곁들인 식사는 아쉬움을 낳는다. 사케집으로 이동해 마저 알콜을 채운다. 가득 채운 알콜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알딸딸하다. 좋은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