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손짓발짓은 유용하다.
하루가 무심히 흘러간다. 잠과 사투하며 몸을 회복하고 있다. 회복이란 말이 엄살같지만 그래도 회복이 맞다. 뒤틀려있던 시간을 다시 바로잡고 있으니까.
예정보다 빠른 휴식이다. 이 시간이 텅 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호주에서 이런 날은 낭패아닌 낭패다. 그간 벌어뒀던 돈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루가 무심히 가나 싶었던 그때 룸메이트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 먹자. 일본인 친구랑 먹게."
외국인이라? 내심 외국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고(물론 오지인들은 많이 맞닥뜨렸다.) 사적인 대화를 해본다는 것이 오랜만이다. 게다가 와인이 땡기기도 했고. 6개월만의 술술술. 부리나케 달려나간다.
우리가 만난 곳은 시티 타운홀. 글로벌 매너에 대해 숙지 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는 룸메이트에게 대충 강의를 듣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자국언어로 말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한다.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는 료우지. 그리고 한 명 더 데리고 온다고 한다. 료우지와 악수를 나눈다. 선한 인상에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있는 그.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어느 일본 남자와 비슷한 인상. 잘생겼고 센스있는. 참... 비교되는 것 같다. 잠시 후 한명이 더 나온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굉장히 키가 작았고 일본 여성이었으며 룸메이트가 아는 사람의 지인이었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홍콩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 한,일이 모였는데 중국이 빠질소냐.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다.
지금 내 상태를 말하자면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다. 비교적 빠른 것도 대략적으로 곱씹어 알아듣는다. 다만 그걸 말로 표현하는데 조금 어렵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려는 것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단어별로 손발짓을 하며 말한다. 그자리도 그러했다. 서로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알고 있고(동양인이 영어를 사용한다는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차라리 한문을 쓸걸 그랬나.) 그래서 손발짓이 통용된다. 대충 뜻이 통한다. 조금 어렵다 싶으면 룸메이트가 도와주고. 우리는 서로가 관심이 있는 자국 문화에 대해 그리고 언어에 대해 교류한다. 별 얘기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꽤 즐거운 시간이다. 알콜이 들어가니 더더욱? 그럴수록 아쉬운 건 나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이고 표현이 다채로운 나에게 제약아닌 제약은 입을 틀어막은 것과 비슷하다. 한번더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그리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경험을 하고 간다. 시드니에 있다는 것은 이런 장점도 있다. 그리고 오늘 그 장점을 경험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