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나는 액땜을 많이 했다. 그리고 오늘도 그러했다.
자동차. 호주에선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 대중교통이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 이곳에서 차는 발이 되어준다. 6개월 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 그 편리함에 몸이 진득히 녹아내렸다. 다시금 내 형체를 갖추고자 하니 고통이 상당하다. 평소에는 '아 잠시 갔다와야지.' 했던 길도 형체를 이루려는 지금은 큰 마음을 먹고 나서야 한다. 몸은 그만큼 고통스럽되 건강해지겠지만 두 번 나갈 수 있는 시간을 한 번으로 줄여야한다는 건 손해다.
한국은 그나마 차와 엮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호주는 달랐다. 이전부터 나는 차와 굿판을 벌였다. 앞 유리창이 부서지는 것을 필두로 차 강도도 당해봤고 누군가 타이어를 찢어놓기도 했다. 스페어 타이어를 갈고 운전을 해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내 차를 파는 순간 아쉬움보단 시원함이 앞섰던 것도 그 이유이랴. 그리고 차는 내 차가 아니었음에도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액땜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공항으로 향한다. 전 날 퍼진 차를 가지러 가기 위해서다. 친구는 울상아닌 울상이다. 돈이 문제다. 차를 견인해 카센터로 가져가는 것도, 수리를 맡기는 것도 돈이다. 가뜩이나 사람이 적은 퍼스에서 돈 들어갈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직장 잡기도 어려운 곳인데. 돈 쓸 곳이 이리저리 나간다.
견인차와의 약속을 잡았다.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간다. 공항에 가 차 상태를 확인한다. 역시나 감감무소식. 주차요금을 정산한다. 잠시 후 견인차가 온다. 이곳의 견인차는 한국처럼 렉카가 오지 않는다. 뒤가 넓고 차가 오를 수 있게 낮게 평평한 대형차가 온다. 그러나 들어오질 못한다. 2.5m 이하로는 못들어가게 만든 입구 때문. 결국 공항교통직원을 찾았다. 그는 사정을 듣더니 주위에 막은 말뚝을 몇 개 제거해주기로 했다. 자세히 보니 열쇠를 돌리면 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견인차가 들어온다. 견인차를 조작하자 뒤에 있던 적재함이 움직인다. 비스듬히 내려앉은 적재함. 차를 끌고 고정시켜 위로 올린다. 차가 고정된 것을 보고 그가 말한다.
"같이 갈거야?"
차에 나와 친구가 앉는다. 차는 턱을 넘나들며 운전한다. 차가 크고 회전반경이 넓으니 어쩔 수 없다. 휙휙 익숙한 솜씨로 차를 운전한다. 잠시 한눈을 파니 어느새 카센터에 도착. 100불이 나갔다.
차를 맡기고 퍼스 시티를 돌아본다. 사람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마치 추석에 사람이 휑 빠져나간 서울 같다고 해야할까. 꽤 높은 빌딩과 새로 정비한 듯한 도시였지만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시드니에 비하면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엘리자베스 키에서 와인을 마신다. 이곳은 시드니의 서큘러 키와 비슷한 곳. 배가 드나들고 이동할 수 있는 곳이지만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다. 서큘러 키에서 대형 페리가 들어온다면 이곳은 모터보트가 들어오는 정도다. 와인을 슥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
집으로 돌아온다. 오는 길에 와인과 고기를 샀다. 오늘 저녁은 바베큐다. 미리 만들어 놓은 각종 음식과 고기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와인은 여러가지 얘기거리를 토해내게 만든다.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