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7일차

by 백윤호

6일. 같이 살고 있는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까지 남은 시간. 타국에서 적응이 된다 싶었는데 친구가 떠나가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인 이 친구와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고도 같이 치고 공부도 같이 하고. 술도 같이 먹고. 뭔가 나의 성장을 같이 바라본 사이라고 할까. 투덜대는 성격에 말은 꼭 안그럴 것 같이 해도 결국에는 나를 위해 이것 저것 도움을 주고 받는다. 뭐... 가끔은 서로 티격댈 때도 있지만.

호주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나온다. 밤은 깊어가고 잠은 노곤히 들어온다. 친구와의 대화는 각자의 목표를 얘기하면서 시작한다. 영어와 돈. 그간 못들었던 주위 친구 소식을 교환한다. 호주에서 보내는 뜨거운 여름 밤. 우리는 더 많은 친분을 쌓아 간다.

문득 호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라면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호주에서 살만 할 것 같다. 자리 잡는데 오래 걸리겠지만 그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 눈치보지 않고 함께 늙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은 특히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여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이나 방식을 굉장히 존중해준다. 그 상태라면 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인생을 가꿀 수 있을 듯 했다. 여유 있는 삶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 내가 해왔던 발언과는 달리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캥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 그러는 건지 곰곰히 생각해도 답은 명료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수면 속에서 물결은 퍼지고 있지만 무언가 올라오지 않는 상태.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겠다.

내일은 2번재 휴식이다. 일을 하면서 체력적인 한계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한인들과는 말조차 놓지 못했다. 오빠나 형이라고 부르지만 어색하다. 꼬박꼬박 -씨라며 존칭을 붙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종의 자기단속이다. 나란 사람은 거만한 구석이 있고 완벽하지 못하다. 특히나 7년간 이래저래 '기자'란 직종 언저리에 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쏘아 붙이는 습관이 베여있는 것 같았다. 미연에 방지하고자 스스로에게 강한 리미트를 걸었다. 이게 어떻게 결과를 나타낼지 의문이다. 벽으로 느낄지 아니면 예의로 느낄지. 뭐... 어떤 경우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현재의 눈 앞에 보이는 생존이 당장 중요하니까.

2주차가 넘어가니 앞으로의 계획이 대략 보인다. 일단은 돈을 좀 더 모으고 생각해야겠다. 더 많은 일이나 경험을 하고 싶다. 한 번하는 워킹 홀리데이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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