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의 노동 후 휴식. 꿀같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진다. 매일 칼같이 일어나던 아침 6시 30분이 아닌 11시 30분에 눈을 떴다. 전날에 새벽 2시까지 글을 쓰고 읽었다. 여유를 부렸다. 계획을 세우기에는 빠듯한 하루. 어딜 놀러가거나 하기도 힘들다. 다음 날 다시 출근이기 때문. 예전 주6일 근무가 당연하던 시절에는 어떻게 지냈나 싶다. 침대는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우우웅"
전화가 울린다. 친구다.
"뭐하냐."
"그냥있지."
"나와 밥사줄께."
"그래."
대답과 동시에 침대는 날 밀어낸다. 익숙한 샤워부스는 때묻은 몸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날씨가 화창하다. 발걸음도 경쾌하다. 친구를 본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어느정도 인심이 후해진 지갑은 나에게 '아이스 롱 블랙'을 선물한다. 버스를 타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은 물이 익숙하다. 바다와 강이 도로를 따라 펼쳐져 있다.
바다 위에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이곳에서는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버스는 달려간다. 그러다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 앞차와 살짝 부딪친 듯 보였다. 급하게 잡은 브레이크로 인해 아이스 롱 블랙은 빨대를 토해낸다. 이곳에서 버스는 무적이다. 도로에서 버스와 부딪친 경우 대부분 버스가 이긴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버스가 오면 양보를 해줄 수 밖에 없다. 그런 버스 앞에서 끼어들다니... 버스 운전사가 내렸다. 앞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니 다시 돌아온다. 크게 일이 번지지 않았나보다.
친구가 사는 곳에서 만나 같이 트레인을 탔다.
"이곳에서는 주 8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 주는 어딜가든 공짜야."
내가 쓰고 있는 글을 보고 있다며 꿀팁을 전수해 준다. 같이 간 곳은 스트라스필드. 한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다는 곳이다. 학군과 교통이 편리해 한인들이 많이 산다는 이곳. 호주인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조건들이 한인들에게는 다른 의미였다. 그래서 이곳에서부터는 한국인듯 하다. 곳곳에 한글 간판과 한국말들. 사람들도 대부분 한국인.
스트라스필드 한 식당에서 신당동떡볶이를 시켰다. 2인분에 28불. 가격이 꽤 된다. 그래도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위안삼는다. 소주 2병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앞으로의 워홀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부터 계획. 내가 생각하고 듣고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면 잘못된 것, 이상한 것, 허술한 것을 짚어준다. 덕분에 계획은 더 치밀해진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다시 노스 시드니로 향한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곧 한국으로 떠나는 친구와 함께 마지막 호주의 밤을 즐기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했다. 노스 시드니 역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올떄 바틀샵에서 와인 좀 사와."
엄청 많은 와인들 중에서 적절한 것을 골라 사왔다.
호주에 꽤 오래 산 친구. 그의 집에서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봤다. 총 4명. 술이 돈다. 와인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서로 간의 얘기가 시작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 호주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모히또를 마지막으로 새벽까지 이어진 술 자리가 끝났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한다. 잔뜩 취한 나와 친구는 겨우겨우 집에 도착한다. 눈을 감았다. 곧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