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잠. 새벽 탈출?!
그러니까 시작은 낮부터였다. 출국하기 하루 전. 같이 일했던 형들을 만났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고 자연스레 식당에 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소주를 먹기 시작. 많이 마시진 않았는데 정신차리니 헤롱헤롱. 집까진 내 발로 걸어왔고 눈을 뜨니 저녁이다.
"이자식아!"
룸메이트가 구박을 준다. 그렇다. 난 오늘 저녁을 룸메이트와 먹기로 했다. 학센슈바인을 먹으러 록스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침대 위에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누워있다. 젠장.
셰어마스터가 들어온다. 한껏 아쉬움을 풍긴다. 그녀는 우리를 깨운다. 나가자며. 픽업차를 뒀다며. 시간은 오후 11시. 밤이다. 이곳에서 11시는 자는 시간.
"자야지."
아무리 안간다고 해도 그녀는 막무가내. 결국 길을 나선다. 그리고 록스로 온다.
호주는 24시간이란 개념이 거의 없다. 주유소나 편의점 정도? 그나마 주유소도 새벽 시간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산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 24시간 펜케이크 집이 있단다.
"립도 잘해!"
립에 넘어갔다. 차를 타고 간다. 새벽의 시드니. 거리는 한산하고 도로는 사람이 없다. 이 거리를 불과 일주일 전에는 일을하러 다녔다. 감회가 새롭다. 모든 것이 낯설다. 이제 마지막 밤이다.
팬케이크 가게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록스는 서큘러 키와 가깝다. 서큘러 키는 항구다. 각종 페리와 유람선이 이곳으로 들어온다.
"거기서 내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자주오지. 명소야."
셰어마스터는 굳이 강조한다. 아무래도 밤에 오는 것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팬케이크는 맛있었다. 립은 생각만큼 맛있지 않았다. 포크립을 시켰는데 약간 질기다. 술 대신 주스를 시키고 홀짝거린다. 마지막 밤은 그렇게 홀짝거림으로 끝낸다. 우리는 격렬히 토론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좋은지. 리더십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공허한 말의 오감이다. 아쉬움을 감추기 위함이다.
그렇게 마지막 밤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