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대중들을 계몽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가장 '이익이 되는' 길로 나아간다. 나 같은 컨텐츠쟁이는 그 길 중 하나를 알려주고 있다. 이 컨텐츠를 듣는 사람은 '아 이런 길도 있군.'이라며 인식한다. 그들이 그 길로 나아갈지는 미지수. 다만 이익이 된다면 선택하겠지.
2.
컨텐츠를 제작할 때 타깃층은 어떻게 설정할까. 내 경우는 대중들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생각한다. 대중들보다 높은 수준이란 무엇인가. 결국은 대중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대중은 내 동네 친구들이다. 내 동네친구들은 다양하다. 고졸부터 대졸까지. 전문대부터 소위 말하는 인서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친구들이 '동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금껏 만나고 있다. 십여명이 넘어가니 꽤 큰 숫자. 이 친구들이 무얼 말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내 관심 포인트. 이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꺼냈을 때 관심을 가진다고 하면 이를 '대중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칭한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으면 잘 몰랐을 그러나 관심이 가는 주제.
3.
이들이 왜 우리가 말하는 여러 주제들에 관심이 없을까. 특히 페미니즘이나 인권보편에 대한 것들을 말이다. 사실 이들은 관심은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일상을 깨는게 어려울 뿐이다. 이들이 가진 사고방식이 '잘못'됐다고 해서 피해를 입지 않는다. 자신이 '여성혐오'를 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생계의 위협이 오지 않는다. '장애인'을 혐오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린치가 가해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 그러한 주제들은 뜬 구름잡는 소리다. 아. 옳은 소리다. 그러나 와닿지는 않는 것들.
4.
이들은 그럼 소위 언피씨한 사람들인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최소한의 선이 있다. 어떤 사람이 폐지를 줍고 다니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 힘겹게 생을 이어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한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여자를 보면 남자가 미쳤다고 욕한다. 그들은 최소한의 인권 내지 이슈에 관심이 있다. 네이버나 다음으로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한다고 하지만 관심이 없는게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커뮤니티에서 듣고 익히고 말하는 것들이 있다.
5.
그렇다면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내 고민은 이때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대중들보다 높은 수준'에서 타깃층을 설정한다. 능력의 높낮이라기 보다는 대중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일정한 계층을 정하고 그들에게 맞춘다는 의미다. 최근에 만드는 팟캐스트가 20대, 대학생 으로 맞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중이라는 넓은 범위에 맞는 컨텐츠는 솔직히 자신없다. 그들 각각이 원하는 부분을 다 맞춰줄수도 없고 관심이 있을거란 생각도 없다. 그러나 타깃을 좁히고 높히면 다르다. 그들에게 소비되는 이슈가 있을 것이다. 그 이슈를 찔러준다. 그 덕택에 어느정도 브랜딩이 된다면 쿡쿡 쑤셔 박아줄 수 있는, 자기들끼리의 커뮤니티에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만든다. 이렇게 그들의 생각에 '이익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생산한다.
6.
당장의 생각나는 정도는 이정도다. 친구들도 분명 페미니즘이든 인권이든 뭐든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장벽이 난 높다고 본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매번 말한다. 어렵게 하지 말고 쉽게 말하라고. 어려운 개념을 쉬운 언어로 표현, 말할 때 그들이 설득되고 기준이 바뀐다. 바뀐 기준은 만족스럽진 못하더라도 조금씩 바꿔나갈 것이다. 다 함께 갈 순 없다. 그러나 최소한 기준을 조금씩 높이는 건 중요하다. 기준 아래 있는 사람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평균을 열심히 좇을테니까. 컨텐츠쟁이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은 이정도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