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쉬었다.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통보받았다.
내가 하고 있는 캐쉬잡이다. 돈을 현금으로 받는 일인데 1주일 일하고 나면 그 다음주에 정산된다. 정해진 시간이 따로 없다. 그저 신뢰로 일을 한다. 사정에 따라 쉬는 날이 바뀔 수도 있다.아직은 내가 그런 경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수습기간의 사원을 쉬게 만드는 곳이 어딨겠는가. '값싼 노동력'을 쉬게 하는 일은 없을거라 자신하며 열심히 일했는데 뜬금없이 쉬게됐다.
하루 일을 못하면 내가 손해보는 비용은 90불. 주급을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는 크다. 하지만 뭐라 할 순 없다. 그러다가 짤리면? 쩝. 솔직히 그래도 항변할 방법은 거의 없다. 한인 사회가 좁기도 좁거니와 사실 난 서류상 '없는 사람'이기 때문. 그저 '알겠다'고 할 수 밖에. 그래도 미안했던지 오늘 잠시 들리니 먹을 것을 쥐어주더라.
갑자기 남는 시간에 잠을 좀 길게 잤다. 낮잠을 즐겨 자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좀 잤다. 12시 넘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카페에 간다. 이제 이곳 근방은 대부분 돌아봤다. 전화를 건다. 호주에서 알게된 친구와 저녁을 먹기 위해.
"저녁먹자."
"마침 쉬는 날이었어. 시티에서 보자."
약속을 5시에 잡았다. 2시. 시간이 남는다. 들고 온 영어 교과서와 책을 편다. 독서 겸 공부 시작. 4시가 됐다.
우중충한 날씨를 뚫고 버스를 탔다. 익숙한 거리를 지나 도착한 시티. 친구를 만났다. 잠시 일터를 들려 유니폼을 챙기자는 말에 같이 달링하버까지 걸었다. 매장 안은 굉장히 컸다. 그리고 새들이 나를 반겨주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함께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었다. 저번에도 한 번 가본 곳. 팟차이. 이번에는 긴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새로운 메뉴 얌 노아를 시켰다. 샐러드의 한 종류로 얇은 소고기와 야채, 고수가 어우러져 있다. 맛은 좀... 강하다. 고수가 별로인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호주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버스에 타니 8시다. 별 것 한게 없는데 오늘 하루가 끝나간다. 다시 노동의 시간으로 돌아가야할 시간. 갑작스런 휴식을 반겨야 하지만 당혹스러웠다. 하루의 휴식이 꿀같지만은 않았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