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맞는 휴식은 달콤했다.
휴식이다. 공식적인 휴일. 호주에 와서 지키는 것 중 하나는 휴일에는 돌아다니자는 것. 매번 커피 하나를 사들고 시티로 나선다. 여기는 횡단보도를 직접 눌러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뀌는 일이 없다. 또한 사람이 우선 횡단하는 지역도 있다. 이 지역에서는 무조건 차가 멈춰야 한다.
커피를 사들고 횡단보도를 지났다. 오늘도 시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다. 시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다민족 국가다운 면모가 이곳에는 확실히 보인다. 현재 살고 있는 맨리나 발고울라는 오지인(호주에 사는 백인들을 오지인이라 부른다.) 투성이다. 눈 검고 머리 검은 동양인들을 찾기 어려운 동네. 그러다가 시티에 나가게 되면 흔하디 흔한 동양인들.(그리고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그들은... 어마 무시하게 많다.)
겸사겸사 이발을 하기 위해 헤어숍을 찾았다. 한인이 운영하는 헤어숍인데 굉장히 친절하다. 한국에서도 못 받아본 '선생님'의 가위질은 위대했다. 가격은 20불. 샴푸까지 포함한 가격. 여기서는 샴푸를 하는 데에도 5불의 추가 비용이 든다.
길을 걷다 버스를 발견했다. 2층짜리 버스. 트레인은 2층이 기본인데 버스가 2층인 건 오늘 처음 본다.
신기한 버스를 뒤로 하고 무얼 할지 고민한다. 혼자서 지내는 휴일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전에는 혼자 지내더라도 친구가 있었다. 덕분에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남는 휴일은 당혹스럽다. 게다가 비까지 우중충하게 오는 날씨. 집에 있는 빨래가 걱정된다. 운 좋게도 비를 피해 실내에 빨래를 널 수 있었다. 하지만 내일까지 마를지는 의문.
이렇게 시간을 어떻게 때워야 할지 모를 때는 역시 PC방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PC방이지만 이곳에서는 시티에서나 그나마 볼 수 있다. 컴퓨터 사양은 2009년 당시의 수준이랄까. 그렇게 빠르지도 늦지도 않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 PC방은 한국방송을 컴퓨터에 저장해둔다. 필요한 사람은 받아갈 수 있도록 락을 걸어놓지 않는다. 이곳의 인터넷 속도를 고려해보면 굉장히 유용하다. 동영상 하나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대략 9시간 정도... 뭐 인터넷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을 고려해보면 더 저렴하다. 밀린 예능과 드라마를 다운받아도 시간이 남는다.
이렇게 남을 때는 쇼핑몰 구경이 최고다. 내심 이곳의 옷과 신발 물가가 궁금하던 차였다. 가격은 천차만별. 거의 같거나 어쩔 때는 더 비쌌다. 체감상으로는 한국보다 비싸 보인다. 아무래도 주급을 받더라도 워낙 물가가 높으니.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차이 나지 않지만 이제 700불을 겨우 버는 주머니 사정에서는 옷 한 벌 사기가 껄끄럽다. 오늘은 아이쇼핑으로 만족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때 날아온 문자. 여기서 사귄 동네(한국에 있는 집 근처 살던 친구다. 우연히 한 다리 걸쳐 사귀게 됐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미안. 자느라고 문자 못 봤다. 지금 나갈게."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그 친구를 보기 위해 스트라스필드로 향한다. 스트라스필드는 한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다. 그들이 이곳에 거주하는 이유는 학군과 교통 때문. 언젠가 3년째 유학생활을 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스트라스필드에 한인들이 왜 많은지 참. 오지인들은 학군이나 교통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이상하게 한인들만 따진단 말이야. 그래서 스트라스필드가 한인들 천지인 거야."
역시나. 스트라스필드는 한인들 투성이다. 오지인들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 곳곳에 한국 간판이 보인다.
친구를 만나 술 한잔을 걸친다. 호주에서 이뤄야 할 고민들을 서로 나눈다. 얘기는 수월하게 통한다. 결국 같이 살기로 합의했다. 10개월을 버티자며 서로 어려운 일,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타지에서 만난 친구는 이래서 반가운 것인가. 알딸딸한 기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일을 해야 될 날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