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지 않는 일에 실수 연발,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있다.
"스트레스 풀거리 잘 만들어야 될 게야."
에어아시아의 경유지 쿠알라룸푸르에서 받은 전화. 1년간 케냐에 해외봉사를 하다 그 전날 귀국한 형이었다. 그는 해외생활의 어려움을 세세히 말해줬다.(물론 왼쪽 귀를 통해 오른쪽 귀로 흘러갔다. 성인 이후 첫 해외라는 들뜸때문에.) 그때 귀를 붙잡은 소리가 바로 그것. 왠지 느낌이 싸했지만 그것도 흘려 넘겼다.
'설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겠어.'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에 실수 연발. 주방에서의 실수는 곧바로 조인트로 다가온다. 롤을 마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처음 알았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도 밥이 너무 적어서도 안된다. 적당한 굵기와 데코, 단단함까지. 단순 작업이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테크닉은 다양했다. 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엄청난 도전이랄까.
도전이 그렇게 머물면 아름답겠지만 삶은 실전이다. 내가 지체됨으로써 사람들의 일이 밀린다. 거기서 오는 미안함과 무기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나 일로써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나로서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사수가 다시 롤을 말게 됐다.
모두가 바쁜 주방에서 갑작스레 할 일을 잃었다. 썩 좋지 않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안 좋다. 그러나 나는 그런 면이 있다. 자괴감이 밀려든다. 뒷목이 뻐근하게 굳는다.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날에는 저녁에 술 한잔 걸치면 좋겠지만. 혼자서 먹는 술이라...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 술 생각을 밀어 넣게 만든다.
스트레스가 쌓이니 가슴이 답답하다. 1시간 늦게 끝난 일. 이 1시간은 봉사의 시간이다. 시급으로 보상받지 못한다. 이것도 만만찮게 스트레스다.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내 노동에 대한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 중첩된 스트레스는 가슴을 꽉 막는다.
일이 끝나고 무작정 달렸다. 평소 천천히 걸어 다니던 것과는 다르게 뛰었다. 몸이 흠뻑 땀으로 젖어든다. 막혀있던 속이 뻥 뚫린다. 이렇게 속이 막힐 때면 맨리 비치로 간다. 주말의 맨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저마다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즐긴다. 나도 막힌 속을 풀며 바다를 즐겼다.
맨리 비치를 따라 다시 달렸다. 이곳저곳 이벤트를 하고 있다. 지난번 맨리 비치에서는 행사를 했다. 기모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맨리 스트리트 한복판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공연이 있는 듯했다.
오늘도 맨리 비치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번에는 발리볼 대회. 백사장 한 가운데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관객석을 따로 만들고 선수들이 들어가 경기를 한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슬쩍 구경했다. 주말이 확연히 느껴졌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물론 완전히 풀진 못했다. 거의 완벽하게 혼자서 생활하는 것. 타지에 있다는 사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답답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쌓아뒀다가는 언제 터질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