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4

by 백윤호

간만에 남기는 글. 사실 어떤 얘기를 풀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다. 자질구레한 얘기는 누구말마따나 노땅의 하소연 같기도 하고. 나 혼자 금칠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웬만하면 남길려고 한다. 좀... 그렇더라도 봐주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실 편집국장이란 자리는 대단히 정치적인 자리다. 이는 대학 내에서 갖는 특수성 때문이랴. 대학 내 유일(경우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식 언론기관이며 대학 내 정보접근에 유리한 언론. 그것이 학보사가 갖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따라서 학보사의 기사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눈에 띄게 된다. 어찌됐건 학보가 나오게 되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기 때문.

가끔 스스로를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학보사들을 보면 조금은 의아하다.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과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이 같이 쓰일 수 있는 것일까. 또한 기사를 작성하여 공인이나 제도를 비판한다는 것이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적'이지 않다는 건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잘못된 것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이 과연 저널리즘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타 대학 후배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후배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학생회에서 난리가 났다는 것. 새벽 1시 반이 넘어 항의 전화가 후배기자한테 왔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후배 기자의 잘못도 있다. 그녀는 매번 학보사를 쇄신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말했다.

"이번 기회를 쇄신과 혁신을 위한 대의명분으로 삼아."

정치적이지 못한 편집국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리더십도 무엇도 결국 여기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국 정치력이다. 일과 보상을 제대로 분배해야만 조직이 굴러갈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정치적'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자기배신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바른 보도 앞에서 타협은 없다.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반드시 숙명처럼 지켜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무엇이 '정치적'이지 않단 말인가. 결국 바른 보도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른 성역없이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은 고도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슬픈 얘기지만 이런 역량은 학보사 자체의 생존에도 필요할 때가 있다. 예산 협상과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그때도 '정치적'이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물론 영혼을 팔아야 돼선 안된다. 이 기사를 빼는 조건으로 예산을 받는 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정확한 자료와 팩트를 가지고 협상을 하는데 있어 '정치력'이 빠질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설득하거나 몰아세울 것인지. '정치적'이지 않다면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부디 '정치적'인 편집국장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헛된 권력욕이나 타협에 쩌든 것이 아니라.

매거진의 이전글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1일차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