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폴리아모리 편 후기

10화를 듣고 시루가 쓰다.

by 백윤호

폴리아모리에 대한 소고


여럿을 뜻하는 그리스어 ‘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amor’의 합성어인 폴리아모리. 게스트로 나와주셨던 지유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비독점적 다자연애’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성적 지향과 연애 지향, 관계 지향에 따라 한 개인의 사랑의 형태를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중 폴리아모리는 관계 지향의 특성 중 하나를 설명하는 개념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에게 있어서 생소한 개념어임에도 비독점적 다자연애주의자 라는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양다리’라던가 ‘바람피우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상과 겹쳐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과연 폴리아모리스트는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일까요? 레드립 제 10화 폴리아모리 편을 통해 ‘폴리아모리’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다양화되고 심화될 수 있길 바랍니다.


1. 현대 사회의 사랑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가? 20C에 들어오면서 동성애를 선두로 한 퀴어 담론들이 등장하면서 사랑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들은 다수 제시되어 왔다. 사랑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사랑은 현 사회에서 스스로를 무성애자-에이로맨틱 혹은 에이섹슈얼-로 규정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우 보편적이며 각자의 삶에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는 무성애자 역시도 온갖 대중문화 및 문학 등에서 범람하는 사랑 코드들을 통해 모호하게라도 ‘사랑’은 어떤 감정이며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랑이 초역사적이며 범문화적인 절대적인 개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먼저 가장 대표적이고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예시를 들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성간의 사랑은 저급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그에 비해 남성 간의 사랑은 정신적이고 고차원의 것으로 여겨졌다. 더 나아가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적 윤리관에 의해 부부 간의 성행위는 출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금기시되어 있었으며, 그 이후 낭만적 사랑 이데올로기 확산이 이뤄졌던 빅토리아 시대에 와서도 부부 사이의 에로틱한 사랑은 피해야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현대의 사랑은 독특하게도 애정-섹슈얼리티-혼인 및 출산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서 인식되고 있다.


2. 독점성과 사랑


앞서 언급했듯이 낭만적 사랑은 18c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계급을 초월하여 ‘정상’으로 자리잡아갔다. 남성과 여성 1:1의 애정을 기반한 관계로, 순수한 섹슈얼리티 결합이 이뤄지기도 하며, 행복한 두 사람 사이에서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가정의 형태인 핵가족 모델을 기반으로 하여, 점차 부부 간의 ‘사랑’을 강조했다. 이 ‘사랑’의 내용은 핵가족 모델과 부합하는 1:1 이성간의 성과 애정과 출산이 연결된 것으로써,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이라는 위치를 차지해갔다. 앤서니 기든스는 낭만적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낭만적 사랑은 ‘불완전한 개인을 완전한 전체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의 감정 속에서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어 줄 배우자는 이상화되며 관계는 영원하고 유일하다.


현 사회에서 이상시하고 있는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하다. 연애 상대에게 자신과의 연애 관계를 그 어떤 관계보다 특별히 여겨주길 희망하며, 그 상대방과의 영원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꿈꾸고, 또한 그 관계에서 자신이 발전하고 완성되어가며 행복한 삶을 이룰 것이라는 욕망을 담는다. 만약 애인이 다른 이성과 단 둘이 술을 마신다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질투를 느끼거나 불안해 할 것이며, 만약 이성과 데이트까지 갖게 되면 연애 관계 자체가 중단되어 버린다. 자신의 존재를 채워주는 유일무이한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말은 곧 자신에 대한 사랑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 헌신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치되기도 한다. 이것은 즉, 현대 사회의 사랑 관계의 핵심에는 ‘독점성’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1로 맺어진 이성간의 상호배타적인 성적-감정적 관계. 적어도 현대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상적인 연애 관계는 이와 같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3. 바람 혹은 양다리와 폴리아모리


현대의 정상적 사랑이 독점성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이뤄지는 감정적 성적 결합은 금기시된다. 심지어 도덕적으로 그 사람의 인격까지 힐난 할 수 있을만큼 이 금기는 강력하다. 이러한 금기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가 ‘바람’과 ‘양다리’이다. 바람과 양다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적어도 연애 관계가 이미 성립되어 있음에도 애인의 동의 없이 다른 외부자와 감정적-성적 관계를 맺는 경우를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애인에게 ‘바람맞은’ 혹은 ‘양다리 걸쳐진’ 사람은 강렬한 배신감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향한 사랑이 거짓이라 의심한다. 아마도 모든 연인들이 연인 관계를 맺기로 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1:1의 성적-감정적 상호배타적 관계야!’라는 선언을 하고 합의 하에 연애를 시작하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이 규범은 암묵적으로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서 전제된다고 여겨진다. 이 금기를 어긴 양다리와 바람은 연애 관계 자체를 위협하는 파괴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지향하는 폴리아모리스트는 바람둥이이거나 양다리범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이 아마도 폴리아모리에 대해 갖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편견이다. 다자연애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신뢰’와 ‘합의’이다. 폴리아모리 연애 관계는 상대방의 감정적-성적 영역을 통제하지 않기로 합의한 후에 성립한다. 만약 연인 관계의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외부자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다면 이를 자신의 파트너에게 밝히고 합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타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심지어는 그 외부인과 연애 관계가 생긴다는 것이 기존의 연애관계에서 어떤 권태를 느끼거나 싫증이 났기에 ‘환승이별’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자연애는 일방적이지 않다. 자신이 여러 사람과 연애 관계를 맺을 수 있듯이, 자신의 애인에게 또 다른 연애 관계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물론 사전에 합의가 전제될 경우에. 사회적 편견과 달리 폴리아모리는 여러 연애관계가 생긴다고 해서 각 연애에 소홀하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은 아니다. 각 관계의 사람과 신뢰를 기반하여 충실하고 진실된 애정을 공유한다.


4. 비독점적 다자연애 폴리아모리


연애 관계의 독점성은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행위 및 감정에 대한 통제를 수반한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지는 않을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을지에 대해 늘 경계해야 한다. 비독점적 다자연애, 폴리아모리는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외부자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어째서 문제인가?”, “과연 애인을 통제할 수 있는가? 통제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가 체화한 사랑이라는 영역은 연인을 통제하고 독점하려는 것을 ‘진실성’이라는 이름하에 너무나도 당연한 행위처럼 인식하게 만든 것일지 모른다.

최소한 현대 사회에서 연인관계는 주체 간의 만남으로서 이상시 된다. 한 연인이 다른 연인의 옷 입는 스타일같은 시시콜콜한 영역까지 통제하려 든다면 이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혹은 한 연인이 다른 연인의 경제적 소비 영역까지 관여하려 한다면 이 역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주체 간의 만남은 서로를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인정할 수 있어야함을 가리킨다. 나와 동등한 주체를 통제하는 것은 합의 하에서 가능할 수 있어도, ‘통제’자체는 상대방의 주체성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애인에 대한 통제를 지양하는 비독점적 다자연애, 폴리아모리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정상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 더 주체성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Q. 폴리아모리 바람둥이 정당화하는 것 아닙니까?

Q. 폴리아모리는 문란하지 않나요?

Q. 폴리아모리면 서열도 세우나요?

Q. 애인이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저는 폴리아모리스트일까요?

폴리아모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으실 미나상-☆, 이번 폴리아모리 편을 들어보시면 다양한 궁금증과 편견들이 해소될 지도 모르겠어요. 폴리아모리가 조금 더 익숙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현 사회의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겠습니당! 만약 추가적인 질문거리가 있다면, 주저없이 페이스북 레드립 혹은 댓글로 질문주시면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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