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똔이 긴급하게 홍모노를 분석했습니다.
이스크라 대선 특집 팟캐스트 녹음을 끝낸지 며칠 지나지 않아 홍준표가 쓴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의 한 대목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홍준표와 하숙집 친구들이 그의 룸메이트에게 돼지 흥분제를 구해주었고, 문제의 룸메이트가 여학생의 맥주에 흥분제를 탄 뒤 여관에 데려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홍준표 본인은 본문의 말미에 검사가 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것은 낭만적인 청춘의 일화로 회고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습니다.
원내 93석에 달하는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강간 모의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의 이 사건으로 홍준표가 대단한 위기를 맞닥뜨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홍준표 캠프에서도 저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관여된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생에게 들은 이야기다, 45년 전에는 사회 분위기가 달랐다, 혈기왕성한 대학생 시절에 일어난 일이니 너그럽게 감안해 달라', 정도의 발언만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모양새니까요.
설령 홍준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악화되었을지언정, 그것이 어차피 홍준표를 지지할 사람들에게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겠지만 홍준표의 문제적 언행은 성소수자는 그냥 싫다, 설거지를 어떻게 남자가 하느냐, 나는 이대 계집애들이 싫다 등 비단 여성과 성소수자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단식중이었던 정의당 도의원, 급식 예산 이야기를 꺼냈던 김해교육장, 취재중이었던 경향신문 기자마저 그의 막말을 피해갈 수 없었죠.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충격적인 언행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후보가 약 10%에 달하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심지어 최근 들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준표의 별명 중 하나는 홍트럼프입니다. 그의 거침 없는 막말 때문에 붙은 별명이겠죠. 그러나 넓지는 않지만 탄탄한 홍준표의 지지율을 지지자가 듣기에는 속 시원한 직설적인 어법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의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홍준표의 언어 전략은 불특정 다수 앞에서의 말하기와 특정 이익 집단 앞에서의 말하기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제가 예전에 써둔 글로 갈음합니다. 앞으로 대선 정국의 전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비록 내가 일종의 취미생활 또는 여흥거리 삼아 홍준표를 희화화하고 있긴 하지만,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홍준표는 굉장히 탁월한 인물이다. 정확히 말해 홍준표가 지닌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탁월함은 사회적 청사진을 그리고 실현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적시적소에서 해주는 능력이다.예컨대 모두가 SBS 대선 후보 토론에서 홍준표가 보여준 언행을 비웃기에 바빴기에 사실상 내 주위에서 아무도 몰랐겠지만, 그는 토론 녹화 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방문했다.
한농연 앞에서 그는 두 가지 카드를 빼들었다. 첫째, 농수축산임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둘째, 농업정책자금금리를 2% 인하하겠다.또한 홍준표는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전경련 FKI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이코노미 서밋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전력의 이익금을 중심으로 4차 산업 혁명에 활용할 20조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 이미 비즈조선 등을 필두로 하여 몇 년 ...전부터 자본가 세력은 기업의 전기세를 상향하면서 한전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을 문제삼는 담론을 유포하고 있었다.
산업 전기 요금 인하가 여론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면, 전기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걷은 돈을 다시 돌려줄 방법을 제시하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홍준표의 영악한 언설들의 예시로서, 나는 여기에서 끝도 없이 더 많은 사례들을 댈 수 있다. 그의 저서 <이 시대는 이렇게 흘러가는가>에서, 홍준표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정치 입문기를 술회하고 있다. 본디 민주당에 입당하려고 했으나 민주당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무소속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을 때, 청와대의 YS로부터 연락이 와 민자당에 입당하고 DJ 저격수로 활약하게 되었노라고. 만약 민주당이 자신에게 무관심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지금쯤 이회창 저격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결국 그에게 이회창과 DJ의 정치적 노선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홍준표의 언행은 이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누구에게의 문제이다.위와 같은 견지에서, 홍준표가 토론에서 별 내용도 없는 흰소리를 하고 문재인의 면전에서 그를 친북좌파라 불렀다고, 마냥 비웃기만 하거나 거꾸로 경악하는 사람은 외려 시민적 교양에 눈이 가리어 현실 정치의 동향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홍준표는 수준 미달의 막말꾼이 아니라, 구태여 균질적인 이익 집단이 아닌 불특정 대중 앞에서 진지한 정책 싸움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기를 선택하는 편이 훨씬 이득임을 아는 영리한 정치인이다. 단언하건대, 어제의 토론 이후 우리가 웃고 있는 동안 홍준표의 지지율은 상승했음이 분명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떻게 저런 어불성설의 헛소리들을 늘어놓는 사람을 지지할 수 있느냐고 개탄하는 먹물들은, 유승민과 심상정의 처참한 지지율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팟빵:http://www.podbbang.com/ch/13432?e=22257836
유튜브:https://youtu.be/1VqjwnGngiI
팟캐스트 '레드립 붉은 입들의 아무말 대잔치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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