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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윤호 Jun 21. 2017

조각난 언어들이 영상으로 찾아갑니다

조각난 언어들

‘조각난 언어들’이 여러분을 영상으로 찾아옵니다.

날씨가 무덥더니 빗방울이 하나 둘 툭, 툭, 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창가에 들리는 소리 때문에 냉침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어제 가져온 책을 게으르게 읽어나가고 싶은 심경이 되어버렸는데, 번역 원고에 손을 대고 있으려니 종일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더군요. 골치를 썩이며 영어와 노어로 된 원문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까닭에 핸드폰이 울리는 것도 몰랐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늦게, 남겨진 부재중 전화번호로 발신 버튼을 눌러보았습니다.

‘조각난 언어들’이 합격했다고 합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1인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조각난 언어들’이 선발되어 재정적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제가 ‘조각난 언어들’ 페이지에 게시했던 샘플 영상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인용되었던 셸리의 시 <오지만디어스>에 관한 영상이었죠. 이처럼 ‘조각난 언어들’은 앞으로 15주에 걸쳐 사회적 이슈에 재빠르게 발맞추며 영상 콘텐츠를 제작, 다양한 문학 작품을 깊이 있게 소개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콘텐츠 제작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본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1일1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읽은 책들의 한 구절을 올려왔고, 어느 날 문득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에 한 번, 혹은 제 마음이 내킬 때 문학 작품을 인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벌써 2년 전입니다. 그 사이 어느덧 ‘조각난 언어들’은 문학 작품의 텍스트를 이미지화하여 업로드하는 페이지에서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13556)까지 발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로서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곳으로 또 한 발을 내딛어 보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 ‘조각난 언어들’을 사랑해주신 구독자 및 청취자 여러분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지금 여기에 다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항상 과분한 관심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비록 제가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생활은 계속됩니다. 잠시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입니다. 콩물을 사왔어요. 이제 저는 이 글을 올리고, 국수를 끓인 뒤, 콩국수를 먹을 생각입니다. 늦은 점심입니다. 조용한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달려나갈 준비를 해야겠지요. 날씨 때문에 입맛을 잃기 쉬운데 여러분께서도 맛있게 식사하시기 바라며, 저는 잠깐이나마 모니터에서 눈을 떼어볼까 합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인용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언제나 고맙습니다.

So we beat on. 그래서 우리는 노를 저어나간다.

‘조각난 언어들’ 진행자 안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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