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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윤호 Nov 20. 2017

마켓 3.0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 타임비즈

간만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켓 3.0은 마케팅을 잘 모르는 나를 위해 고른 책이다. 주위에 마케팅에 종사하는 친구가 있어서 추천받았다.


이 책은 사실 마켓 4.0이 최신이다. 그러나 그는 꼭 3.0부터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아직 마케팅의 1도 모르면서 4.0을 읽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야하나. 덕분에 재밌는 책을 읽게 됐다.


코틀러는 마켓 3.0을 기존의 1.0과 2.0이랑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매슬로우의 욕구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태. 다시 말해 자신의 자아 발현이 제품의 소비와 연결되는 형태라고 지적한다. 덕분에 기업들도 1.0과 2.0 시절과는 달리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와 철학이 없다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절이 됐다. 코틀러는 그 이유가 인터넷의 발전과 똑똑해진 소비자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제한된 정보가 아닌 여러가지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에 소비자를 속이기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 그 부분은 십분 동의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하나. 그는 핵심가치의 기초한 마케팅을 제시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가 변해야 하고 직원이 움직여야 하며 사업 파트너가 함께 가야한다. 그 이후 소비자들에게 진실된 기업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 아닌 회사 전체가 커다란 핵심가치를 향해 움직여 나아가야 결국 새로운 생존을 할 수 있다.


코틀러는 이를 저소득층과 환경에 대한 기업의 접근 방식으로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또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들은 저소득층이 살 수 있게 포장과 가격을 새로 책정하기도 한다. 또한 직접 소득을 늘리기 위해 지역 유지들과 협력, 소비를 촉진 시키고 시장이 자연스레 자리잡힐 수 있게 만든다. 지역 내 저소득층이 직접 판매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환경에서는 어떤가. 혁신자, 투자자, 전파자로 구분돼 기업이 어떤 핵심가치를 두고 환경을 개선, 혁신, 발전, 투자하고 있는지 확인시켜준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그런 분야에서 움직이고 있다. 핵심가치가 없이 시장을 키우고 나눠먹던 시대가 지났다. 이제는 핵심가치로 소비자들의 '영성'을 감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차별화하며 브랜딩을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책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우를 많이 참고했지만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은 스타트업과 같은 소규모 기업이다. 이들이 시장을 개척 내지 점유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쟁자와 완전히 다른 시작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핵심가치를 확인하고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기업일수록 이런 모습을 보이기가 더욱 쉽다. 자본이 덜 될지 몰라고 진정성을 가지고 핵심가치에 다가서는 것은 대기업의 그것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거기서 스타트업이 승부할 수 있는 승부처가 생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승부처는 무엇일까. 섹스와 연애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지속적인 섹스토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섹스를 좋아해서? 그렇다면 어떤 핵심 가치를 둘 것인가. 아직도 꽁꽁 싸매고 있는 섹스에 대한 담론을 수면 위로 더 끌어들이기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그리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섹스를 위해. 결국은 우리가 쉬쉬하고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 앓지말고 말하기 위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우리의 핵심가치를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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