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9일 차

우버, 와규, 포식. 스트레스를 날렸다.

by 백윤호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마음을 허허롭게 먹기로 했다지만 주방이라는 공간은 답답하기 따름이다. 합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괴로움.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때 날아온 친구의 문자.

'밥먹자.'

한 줄기 빛이다.

우중충 하던 날씨였다. 퇴근 길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 아직 우산을 구매하지 못한 나는 졸딱 맞아버렸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간만에 보는 친구니까. 집은 텅 비어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셰어 마스터와 룸메이트는 친척 간이다. 쉬는 날 같이 여행을 가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를 한다. 이리저리 세팅(?)을 하고 다시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버우드.

이전에 러시아워가 없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맨리 한정이다. 시드니 시트 내에는 온갖 차량과 버스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안 막히면 30분도 안걸리는 거리를 1시간이 되어서 도착했다. 다시 트레인을 타니 그득한 사람들. 의자에 낑겨 타니 버우드에 도착했다. 그때 날라온 친구의 문자.

'가입해.'

우버 링크다. 우버 가입자가 비가입자를 추천하면 무료탑승권을 준단다. 그걸타고 갈 곳이 있단다. 어찌어찌 링크를 타고 가입을 하니 친구가 플랫폼에서 나온다. 옆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슬프다.

우리가 갈 곳은 '와규하우스'라는 고기뷔페 집이다. 가격은 1인에 29불이다. 이 곳에서는 괜찮은 가격이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평이 꽤 괜찮다. 버우드 역에서 조금 걸어 한적한 거리로 나왔다. 우버 택시를 부를 차례. 어플을 켜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 어플은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반대인가?) 운전자 사진과 차 모델, 번호가 표시된다. 내가 탄 차는 도요타 캠리.

인도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구글 맵을 따라 운전을 한다. 한 번 위험할 뻔 했지만(우회전 하는데 턱을 못 보고 그냥 갈 뻔... 핸들을 급하게 틀었다.) 그럭저럭 만족할 수준. 결제도 카드에서 바로 된다. 내 경우에는 무료.

와규하우스는 마치 산장 속 식당이라고 할까. 고기를 파는 곳과 식사하는 곳이 떨어져 있다. 고기는 와규를 비롯해 다양한 것들이 마련돼 있었다. 고기보다는 밑반찬이 더 관심이 갔다. 잡채, 전, 수박 등등. 호주에서 먹는 한국 고기뷔페 느낌이랄까. 가격 대비 고기 질도 괜찮아서 기회가 있으면 다시 오고 싶을 정도.

고기가 익다. 이야기도 익는다. 이런저런 불만들을 한꺼번에 토해낸다. 답답했던 마음이 가신다. 호주에 와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이것이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한 두명에 불과하다는 점. 주방 사람들. 그들의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지 않으니 더욱 외롭다. 속속들이 타지 생활의 불편함이 나오고 있다.

한참 고기와 술을 마셨다. 알딸딸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가는 길. 문득 이 모든 상황이 역겨워진다. 길게 토악질을 한다. 속 안에 담겨 있던 화도 같이 토해낸다. 내 속 가득 차있던 무언가가 한꺼번에 빠져 나간 기분. 그 날 나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