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33일 차

몸이 천근만근,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by 백윤호

계속되는 코감기와 기침. 몸이 으슬으슬 춥고 무겁다. 올림픽 파크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느낀 컨디션. 가까스로 호주 32일 차를 썼다. 사진을 업데이트하던 중 든 잠. 눈을 떠보니 스마트폰 화면에 브런치가 켜져있다. 시간을 봤다.

'7시 15분.'

7시까지 출근이다. 15분 늦었다. 부리나케 이를 닦고 모자를 눌러 쓴다. 떡진 머리를 가리기 위한 방법. 급하게 뛴다.

이스터데이 2일 차다. 도로에는 역시 사람이 없다. 이런 날 쇼핑을 하면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출근이라니 어쩌랴. 가야지.

"왜 이리 늦었어."

매니저의 구박에 헤헤거리며 사과를 건넨다. 급히 옷을 갈아입는다.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한다. 하루 매장을 쉬었을 뿐인데 해야할 일들이 생긴다. 다듬고 만들고 양념하고. 주방에서 일이 끝이 없다. 문득 군대가 생각났다. 일이 없는 듯 하지만 매일 생기는 신기한 동네. 그 동네에서 겪었던 경험에 피식 미소 짓는다.

사람 일이 항시 예측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개미 하나 보이지 않던 거리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디서 솟아났는지 쇼핑센터로 몰려들었다. 화장실 한번 제대로 갈 시간이 없는 바쁨. 해야될 일은 정해져 있지만 양이 감당이 안된다. 쉬지 않고 몸을 놀린다.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다.

"공부하지 그랬어."

한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조선족 이모가 나를 보며 말했다. 바쁠 때 버벅대는 모습을 보며 이리저리 도와주던 이모.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꺼낸다.

"그럴걸 그랬어요."

맞장구 쳐준다. 일을 하면서 이런 농담은 재미지다. 농담이 없는 일터는 무슨 재미랴.

시계는 4시 반. 마감을 끝냈다. 동료들은 각자 바쁜 일로 먼저 간다. 나는 남아 해야될 일들을 마무리 한다. 추가수당은 없지만 그래도 해야될 일이기 때문.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이미 넘기기로 한 것.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종아리는 쿡쿡 쑤셔온다. 다행히 내일은 휴일이다. 오늘의 고단함을 풀기 위해 일찍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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