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43일 차

조용한 가게. 돌아가는 청소기. 출근하는 모습.

by 백윤호

새벽. 막차를 탔다. 시티로 나가는 버스. 사람들이 많지 않다. 평소 붐비던 도로가 깨끗하게 비어있다. 20분. 시티까지 걸린 시간. 논스톱으로 달렸다.

새벽 일을 오랜만에 한다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 평소 자지 않던 낮잠까지. 8시간 일하는 것 뿐이지만 낮밤을 바꾼다는 부담이다. 시티라해도 12시까지 여는 상점은 거의 없다. 윈야드 역 앞 세븐일레븐을 들렸다. 커피는 필수. 한참 한국과 통화를 하면서 들어갔다. 그러다 마주친 호주인 2명. 악취가 코를 찌르고 살짝 눈이 풀린 듯 보였다. 설탕을 미친듯이 2불짜리 컵에 들이붓고 있었다. 관심을 두지 않고 컵하나를 빼자 이어폰을 뚫고 들리는 말.

"yellow monkey!"

피식 웃었다. 그렇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듣던 라시즘을 당해보는구나.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커피를 구입했다. 여기서 이런 애들 상대하면 피곤하다지. 이 나라에서 라시즘을 하는 사람들은 백인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가난하거나 노숙자와 같은 부류라고 했다. 그 말이 얼추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대놓고 하는 건 그들일지도 모르지.

커피를 마시고 픽업하러온 형의 차를 탔다. 청소 일은 2인 1조로 운영된다. 처음 도착한 곳은 피트니스 클럽. 오늘 처음 오픈한 곳이라 크게 청소할 곳은 없다. 청소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청소기를 잡는 법부터 스텝까지. 단순 청소지만 배워야할 것이 많다. 그래도 세세하게 신경쓸 것은 없으니 다행이다. 그저 크게크게 먼지를 빨고 닦으면 되는 일이니까.

내가 배정받은 포지션은 청소기를 등에 메고 바닥의 먼지를 훔치는 일이다. 그 후 막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마포걸레로 바닥을 닦으면 된다. 꽤 큰 피트니스 클럽이라 청소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다른 팀원은 유리창을 닦거나 화장실 청소를 한다.

슥슥 닦고 나니 어느새 2시 반. 땀을 제법 흘렸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다. 도착한 곳은 본다이의 레스토랑. 본다이 비치 바로 앞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바로 아래 수영장이 있는데 바다와 맞닿아있는게 장관이다. 다시 역할대로 청소를 한다.

5시 30분. 두 번째 장소가 끝난 시간. 넣고 빼고 쓸고 닦고가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두 명이서 한 곳을 하는거라 시간이 제법 걸린다. 게다가 몸을 많이 써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다. 약간 지쳐갈 때 쯤, 팀원이 말한다.

"커피 한 잔하자."

새벽에 열리는 카페를 찾아가 모닝 커피를 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피곤이 사그라든다. 다시 이동. 마지막으로 간 곳은 펍. 1,2층으로 된 펍인데 크기가 제법이다. 그런데 이건 호주에서 작은 펍이라고 한다. 다시 쓸고 닦고. 두 명이서 나눠 일을 한다. 트레이닝 기간이지만 급여가 깍이진 않는다. 하나하나 잘 배우라면서 알려준다. 예전 스시집에 비하면 대우는 확실히 나아졌다. 쉬운 것은 없다. 유리창 닦는 기술부터 막을 짜는 것까지. 예전에 알던 것과는 다르다. 그저 보고 배우는 수 밖에.

펍 매니저가 오고 체크를 받는다. 이곳은 체크를 받아야 일이 끝난다고. 펍매니저가 이곳저곳 둘러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제 끝. 시간을 보니 8시 30분이 훌쩍 넘었다. 7시간 30분. 오늘 내가 일한 시간. 팀원은 서류상 8시간으로 기재해준다. 시간당 15불이니 오늘 하루 120불을 벌었다. 스시바에서 일할 때 벌던 하루 117불보다 많이 번 셈. 한 시간을 덜 일했는데 말이다. 물론 낮밤이 바뀐 수고로움은 논외.

집으로 돌아와 운동을 하고 잤다. 체력관리는 필수. 매일 하던 스케줄을 낮밤을 바꿔하는 간단한 것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게 아이러니. 잠도 얼마 자지 못하고 깼다. 이젠 자는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새벽의 호주를 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조용한 도시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 5시 30분이 되면 운동을 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호주의 아침도 한국의 그것과 별 다를 건 없어 보인다. 호주의 새벽에도 사람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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