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44일 차

이민자의 고달픈 삶. 그들을 떠받치는건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by 백윤호

눈을 뜨면 어느새 출근.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운동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쪼갠다.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길게 갈 수 없다. 청소 2일째. 몸 곳곳이 쑤시고 잠이 부족하다. 몸이 길들이기 위한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한 잠을 자려고 한다. 잠이 부족해서 몸이 굼뜨는건 관리를 못한 탓. 어떻게든 하루 6시간 수면은 지키려 한다. 이렇게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와 같은 팀원은 하루 몇 시간을 자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매일 일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그렇지. 일을 할 수 있을 때 해야하니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와 얘기를 나눴다. 34살에 지금의 위치까지 오기위해 노력했던 땀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타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 상상해본 적 없지만 어렴풋이 그 고단함을 알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부터 노동의 고단함까지. 이중고로 다가오는 삶의 무게. 그리고 불안감.

"여기 사람들은 노후가 보장되잖아. 그런데 우리 같은 이민자는 그렇지 않는다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을 수 밖에."

오지인들의 여유를 논하며 말한 그의 말. 이민자가 믿을 건 캐시밖에 없단다. 그거라도 있어야 불안함이 가시니까. 가족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그 불안감은 배가 된다. 이제는 사장이 된 그가 계속 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40대에 고꾸라질 수 있으니까. 지금 벌어놔야지."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고 한다. 닥치는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가 보니 청소로 들어오게 됐다고. 정신없이 달리고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됐다. 그리고 얻은 것은 가족, 영주권.

"여기 이민자들 진짜 열심히 산거야. 한인이니 뭐니 해도 이민와서 이정도로 삶을 영유하고 있다는거. 그건 무시할 수 없거든."

고달픔은 그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살고 있는거 후회하지 않는다. 자신은 호주가 좋아 살기로 했다.

"최소한 여기는 하는만큼 벌 수 있으니까. 내가 노력만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거든."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곳. 그의 생각에 호주는 그런 곳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된다. 오버타임만큼 따박따박 급여가 나온다. 한국에서 오버타임이 미덕인 것과는 다르게. 한국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보다 벌이나 사정이 더 낫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자부는 일하는 동기가 된다. 자신의 삶에 노력이 배신한 적은 없었다.

문득 씁쓸한 생각도 든다. 노력 탓만 하는 기성세대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한 얘기. 노력해서 얻는 것이 정확하다.

"호주애들이 돈번다고 노력까지 했어봐. 이민자들 못 살아남아. 그나마 여유를 가지고 사니 우리 같은 이민자가 살 수 있지."

노력이 정확한 보상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노력을 하라는 말은 '진리'다. 아니 과연 진리인가. 이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몸의 노곤함과 함께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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