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54일 차

12시간 째 깨어있다.

by 백윤호

다른 팀원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 원래 팀원은 사장(...)이다. 최근에 와이프의 출산이 임박해 정신없다고... 나를 도와주고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같이 해줬다. 새삼 호주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한인들이 믿을사람 없다고 하지만 그는 정말 믿어도 될 사람이다. 정말 사람있는 곳에 사람없고 사람없는 곳에 사람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손에 익다보니 일을 금방하게 된다. 제법 다른 팀원들과도 친해졌다. 특히 슈퍼바이저와 친해졌는데 서로 취향이 맞는 듯 하다. 재밌게 일을 하니 시간이 금방간다. 조금 고된 일이더라도 사람이 좋으면 일도 좋다.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있어서 내심 뿌듯하다. 이제 좀 더 일만 익숙해지면 좋겠는데.

밤낮을 바꿔서 일하다보니 자는게 문제다. 아침에 오게 되면 피곤함과 말짱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마치 느낌적 느낌이랄까. 피곤하지만 말짱하다. 잠을 불러오기 위해 이것저것 먹고(그래도 살이 빠진다. 신기하다.) 일을 해도 피곤함이 오히려 가신다. 그래서 글을 잡고 쓰기 시작했다. 기고 글 하나 쓰고 개인적인 글을 쓰고. 이렇게 피곤한 날에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지는게 신기하다. 막힘없이 술술 쓰다보니 어느새 3시. 이미 12시간 째 깨어있다.

글을 쓰다보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글 쓰는 즐거움을 알아간다는게 정말 있다. 지금 하는 일이 주 1000불 이상의 급여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힘이 든다. 사람이 좋아서 같이 하는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은 그저 쓰는게 좋다. 급여도 없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읽고 보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그 느낌이 좋다. 그래서 또 쓰는 것이다. 자야되는데... 잠 깨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세월호 2년이다. 참사는 2년 전이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이 일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언제 그들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공감할 수 없다. 나는 어머니를 4년전에 잃었다. 그 아픔은 가족을 잃어본 사람이 아니면 쉽게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가슴은 그렇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임종을 지켜보고 직접 안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음성과 텍스트로 그들의 사고 소식을, 죽음을 전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직도 바닷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슬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개인이냐 국가냐 음모론이냐 아니냐를 떠나 우리는 추모해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조롱이나 '이성'을 가장한 헛소리가 나올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모가 이뤄지고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반성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추모조차 하지 않고 얘기하는 행위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짓이다. 이 날 만큼은 모두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줬으면 좋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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