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57일 차

외롭다. 일상생활을 평온히 하지만 외롭다.

by 백윤호

사람이 그립다는 말을 실감한다. 문득 일을 하다가 느껴지는 공허함. 찬찬히 톺아보니 외로움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지만 외롭다는 말이 딱이다. 일을 하는 동료들과 재밌지만 혼자 돌아가는 버스 안이 외롭다. 카카오톡으로 신나게 떠드는 일이 재밌지만 읽고 답이 없는 그 시간이 외롭다. 답장을 기다리는 그 순간이 외롭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적응은 잘하고 있다. 때되면 밥먹고, 커피마시고. 돈도 제법 모으고 있다. 정말 의식주가 전부 해결되고 있다. 목표도 뚜렷하고 지치는 것도 아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이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외로운건 외롭다. 밤낮을 바꿔 생활하니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가.

호주에 오면 한인을 조심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고등학교 동창과 동네 친구를 만났으니.(한국적 인맥이란. 크으.) 하소연하거나 신뢰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정적으로도 많이 도움이 된다. 지난번 고등학교 동창의 말처럼.

"한국말로 친구와 얘기하는게 얼마만이냐. 호주에서."

그의 말처럼 신뢰가 가는 친구는 정서적 위로가 된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하면서 그런 친구를 만나기는 어렵다. 가끔가다 몇 시간도 안 마주치는 사람들과 정신적 유대감을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시껄렁한 유머를 서로 구사하며 잠시 웃으면 다행. 팀원은... 사장님과 정신적 유대감을 갖기에는 너무 멀리 계시는 것 같지 말입니다. 결국 외롭구나 생각하는 수 밖에.

중고차 구입을 위해 매물을 보고 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적당한 가격대에서 1년 정도 쓸 생각으로 여러 사이트를 뒤적인다. 신기한건 중고차가 한국과는 달리 연식이 오래되거나 KM수가 10만 이상이 기본이라는 것.

"호주에서 1년에 20만 km는 평균이야. 워낙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차를 구입하는 건 여러모로 어렵다. 처음이라 어리숙한 것도 있고 봐야할 것도 있고. 그나마 운전은 좀 해봤으니 타보면 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뒤적뒤적. 운좋게도 셰어마스터가 함께 가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오지인들에게 구매할 때 영어는 도와준다고...)

일을 마치고 간단히 브런치를 먹었다. 셰어마스터와 함께 먹는 브런치는 정말 맛있었다. '빅 브런키'라는 메뉴인데 호주 카페에 오면 꼭 먹어봐야하는 시작템이라나. 소시지, 계란, 빵, 토마토, 감자튀김이 나오는데 뭔가 서양스러운 느낌(?)의 식사다. 19.5불이란 가격이 부담이지만 이정도 나온다면... 괜찮은 편이지.

이사할 집을 확정했다. 계약금 명목으로 50불을 먼저 건넸다. 위치는 버우드. 주 120불이니 이전 집보다 더 저렴하다. 120불이라는 가격에 비해 시설도 괜찮다. 이제 이사갈 준비만 하면 된다. 이래저래 고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