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을 일했다. 눈이 감긴다. 그리고 4시간 뒤 다시 출근...이다.
말이 씨가 된다. 첫 웨이지를 받은 기념으로 한 턱 내라는 말에 대답을 잘못했다.
"기왕 먹는거 사람이 많을 때 골라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침 9시일줄이야. 결국 스페셜 일을 하는 곳으로 갔다.
스페셜은 일종의 특근이다. 매주 청소를 해주는 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호주에서 방학은 총 4번이다. 여름 방학이 좀 긴편이고 각 계절별 방학은 2주. 이 사이 공사를 하거나 대청소를 하는 곳이 많다. 이른바 '청소시즌' 이번주가 특히 바쁘다며 고통을 호소하던 슈퍼바이저에게 깐족됐던 내 과거가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젠장...
청소를 하는 학교는 카톨릭계 초등학교다. 학교 곳곳에 성경과 예수의 십자가가 걸려 있다. 커다란 TV와 빔프로젝터가 구성돼 있다. 교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보다는 소수로 가르치는 듯 했다. 곳곳에 학생들이 만든것으로 보이는 과제물이 걸려있었다. 특이한 것은 아이패드가 많이 있다는 점. 충전기며 아이패드며 정말 어마어마하게 있었다. 얼핏 교과서 대신 아이패드로 공부하는 곳이 있다더니.
이곳이 그런가 보다. 또한 다인종 국가답게 가족들의 국가를 알아가는 과제가 눈에 띄었다. 조부모부터 부모까지. 각양각색의 국기가 그려져 있는 종이. 그 옆에는 각 나라별 문화를 소개하는 스크랩이 걸려있었다. 다문화에 대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하는 것 같았다.
일을 길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밥을 사기위해 간 길이었을뿐. 그러다가 한 두가지 일은 도울 수 있다며 돕기 시작했다. 화장실 청소의 '기초'를 배웠다. 어떻게 변기를 닦고 주위를 청소해야하는지. 약은 어떤 것을 써야하는지. 흘러가듯 익혔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 배움의 연속. 간단히 맙을 쳐주자 팀원이 말했다.
"뭐 사올까?"
간단하게 피자 3판, 치킨 3마리 정도로 정했다. 사람이 6명이니 그정도면 되겠지. KFC를 사온다길래 내심 다 못먹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웬걸 한국에서 먹던것과 비슷한 맛이다.
"핫스파이시로 시키면 괜찮아. 오리지널은 정말 못먹어."
꿀팁을 하나 알아간다. 피자헛 피자까지 100불은 나왔을 듯 싶다. 하지만 사장형의 센스.
"돈벌러왔는데 반만 냈다."
50불로 거하게 먹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자연스레 베큠을 하라고 지시하는 사장형. 그리고 그는 떠났다. 다음 비즈니스를 하러. 그렇다. 베큠과의 전쟁이다.
초등학교 구성은 성당과 2층짜리 건물이 있으며 교무실과 강당도 따로 있다. 한마디로 청소할 곳 겁나 많다. 베큠으로 빨 곳도 엄청 많다. 학교 청소가 시간이 걸리는 건 장소가 넓기 때문만은 아니다. 곳곳에 산적해있는 장애물. 책상이며 장난감이며. 일일히 치우고 해야하기 때문에 버리는 시간이 많다. 결국 베큠은 두 명이서 3시간에 걸쳐 빨아들였다. 멍한 정신에 이리저리 베큠을 돌리니 4시. 집에 갈 시간이다.
집에 도착하니 6시. 2시간이 걸린다. 멀리 사는게 죄라면 죄. 잠잘 시간도 별로 없다. 곧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