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59일 차

3시간 잠, 다시 일. 후폭풍이 심했다.

by 백윤호

눈을 떴다. 11시 40분. 부리나케 샤워를 한다. 11시 58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무려 3시간. 내가 잠을 잘 수 있던 시간이다. 집이 멀다보니 일이 4시에 끝나도 집에 도착하면 6시가 넘는다. 이래저래 이동시간이 기니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 차가 없다는게 이렇게 시간과 바꾼다.

호주에서 시간이 돈이란 말이 있다. 어딜가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워홀러들에게 시간은 돈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정말 개인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이동에 2시간을 쏟아보낸 워홀러 백윤호씨는(27) 상당히 손해봤다. 잠은 잠대로 일은 일대로 밀렸으니까.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 버스에 탔다. 일을 시작한다. 3시간의 피곤이 제대로 풀릴리 없다. 이래저래 한 소리 먹는다. 그래도 정신은 몽롱. 꿈결 속에서 일을 하는 것 같다. 신경이 극도로 예민하다. 이래저래 몽롱하다. 가까스로 청소를 끝내고 커피를 한 잔 마신다. 그러니 현실로 돌아온다. 산적한 일, 고민이 밀려온다.

최근에 사람으로 고민하고 있다. 매일 저녁 일을 하다보니 사유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간에 사람과 미디어를 고민한다. 잡다한 생각 속에 고민거리를 찾고 사유를 물다보면 어느새 일이 끝난다. 일종의 시간을 쓰는 방법. 최근에는 관계에 대한 사유가 꼬리를 잇는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 동생들과의 관계 등등.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조바심이 난다. 지금은 내가 멈춰있는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생각은 하면 할수록 걱정과 불안, 희망과 안정이 왔다갔다 한다.

극단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상한다. 몸과 달리 마음은 그 상함을 자각하기 힘들다. 나도 어제서야 자각했다. 너무 극단적으로 쏠려 반응하는 나를 보며 말이다. 몸이 피곤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나의 상태. 한편으로 감사하고 있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 마음을 지키는 연습의 필요성을 느낀다. 다시 소소한 재미를 찾을 때다.

자동차가 해결됐다. 사장형의 세컨드카를 구입하기로 했다. 도요타 에코라는 모델이다. 호주에서는 일본차가 국민차다. 오래 쓸 수 있고 잘 나가고 싸고. 우리나라에서 현대 기아차를 구입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까. 한인들도 일본차를 선호한다고. 조건도 좋다. 한국 가기 전에 사장형에게 되파는 조건으로 구입. 이래저래 노가 나긴 났다. 안그래도 어떤 차를 사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된 듯. 이곳에서 중고차는 거래가 많이 된다. 워낙 차를 오래 사용하기도 하고 이민자들이나 워홀러들이 많다보니 거래가 활발하기도 한 편. 가장 큰 골치덩이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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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루가 떠올라 간다. 인스펙션이 있는 날이라 청소를 더 꼼꼼히 해야돼 시간이 많이 밀렸다. 덕분에 보게 된 본다이 비치의 정경. 이곳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6시만 되면 나와서 조깅을 하고 있으니.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한다. 긴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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