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1일 차

지름신이 강림하사 레벨유를 구입했다.

by 백윤호

부스스한 머리를 감고 출근한다. 어김없는 출근. 시간에 맞춘듯 버스가 온다. 이제 이 생활도 오늘이면 끝이다. 버스 시간 맞추느라 뛸 필요가 없다. 운전하면 되니까.

일이 익을 수록 잡생각은 많아진다. 기일이 다가올수록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쓰인다. 머릿 속은 복잡하고 일은 잡히지 않는다. 결국 한 소리 들었다. 조곤조곤 나를 위한 쓴소리. 한 소리 한소리 마음에 담는다.

문득 베큠을 돌리다가 무아지경에 빠졌다. 하나에 집중하니 힘이 난다. 땀을 흘려가며 일을 하니 잡념이 사라진다. 무료한 일을 집중으로 풀어낸다. 무언가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 결국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입하기 위한 핑계다.

베큠을 돌리다보면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그 시간에 아무것도 없이 지내기엔 아깝다. 팀원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제안한다.

"영어 회화나 들으면서 시간을 쓰는거지.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맞다. 이 시간에 하다못해 팟캐스트라도 들으면 될 듯 싶다. 집중하더라도 단순 노동이기 때문에 일에 큰 지장은 가지 않는다 또한 운전을 위해서는 핸즈프리도 필요했던 상황.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

구입하기로 한 블루투스 이어폰은 삼성 레벨유. 소니니 닥터드레니 추천해주지만 가격이며 신뢰도며 삼성보다 떨어진다.(여기서 떨어진다는 것은 삼성이 좋다는 의미보다는 소니보다는 신뢰가 가고 닥터드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애국심이라던지 그런게 아닙니다...) 일이 끝나고 삼성매장으로 바로 향한다. 109불. 질렀다.

차를 운전할 때 스마트폰을 쓰면 이곳에서는 벌금이 나온단다. 생각보다 교통법규가 엄격하다. 잠시 주차를 위해 차를 댔더니 팀원의 말.

"이곳은 노스탑 존이야. 낮이었으면 벌금이 400불이라고."

버스 스탑존에 세워도 벌금이란다. 주차가 가능한 거리가 있는데 그것도 30분 남짓. 정말 용건만 간단히다. 그것도 시간에 따라서 다르다니. 이곳에서 교통법규를 지키는 이유는 벌금때문도 있다고 한다. 물론 새벽에도 법규를 잘 지키는 것을 보면 시민의식이 성숙한 건 사실. 이래저래 운전하면서 법규 지킬 생각에 골머리가 아프다. 노스탑 존에 세워두면 어떻게 될까?

"니 차를 견인해 파킹존에 두고 문자로 연락올거야. 파킹존에 세웠으니 차 찾아가고 벌금내라고."

내일 차를 받기로 했다. 여기서는 레지라는 제도를 둔다. 이 제도는 차 상태,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걸 확인해야 차를 운행할 수 있게 허가해주는 것. 기간이 지나기 전에 갱신해야 된다고 한다. 안하면 불법에 벌금. 내가 받을 차도 10월 중순까지 레지가 등록돼 있다고 한다. 게다가 레지는 차를 구입한 사람이 넘겨받은 후 14일 이내에 다시 재등록해야된다고. 일종의 자동차 보험을 강제로 등록하게 만드는 제도다. 이런걸 보면 확실히 호주에서 차를 모는 것에 주의를 요하는 셈.

"한국인들은 면허를 쉽게 따잖아. 그래서 호주에서 한국인들에게 면허 공증해주는거 막아야된다는 여론도 있어. 너무 쉽게 주고 운전석도 반대다보니 사고 같은거 많이 난다고."

어제 시승식을 시켜주던 친구가 레지와 차에 대해 물으니 말했다. 까다롭긴 하지만 주행자나 보행자를 위해 좋은 제도인 듯 싶다. 우리나라도 엄격하게 바뀌어야 할텐데.

레벨유를 구입하고 친구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대만음식점에서 베이징덕, 딤섬, 우육탕, 새우깐풍기를 시켜 먹었다. 맛은 괜찮았고 담백했다. 대만음식이 이런 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호주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세계 요리를 맛보기 편하다는 것. 그 장점을 톡톡히 누렸다.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잘 시간이다. 하루가 또다시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