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괜찮아. 져도 괜찮아

- 포기하는 게 정말 지는 거야

by 다움코치


역전당해서 포기할래요


재작년 어느 날, 7살 반짝이가 말했다.

"엄마, 저는 연속수 쓰기 그만뒀어요"

유치원에서 연속수 쓰기라는 걸 하고 있다.

12월 중에 시작된 놀이(?)다. 7살 아이들 학교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1부터 계속 이어서 써나간다. 끝도 없이.


처음엔 반짝이가 1,2등을 다퉜다고 한다.

시작할 때만 해도 무척 신나 했다.

"엄마, 연속 수 쓰기 어젠 OO가 1등이었는데 오늘은 제가 1등이에요. OO는 어제만 1등이었고 제가 계속 1등이었어요"

그런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축구랑 미술학원 때문에

다른 아이보다 일찍 유치원을 나오면서 역전당했다고 했다.

"다른 애들은 4천 번대를 쓰는데, 난 3천 번대 쓰고 있어요.

나보다 많이 쓴 친구들이 ' 역전했다'면서 약 올려"

반짝이는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말했다.

"이제부터 나는 연속수 쓰기 안 해"



늦어도 괜찮아. 져도 괜찮아


반짝이 말을 들은 남편이 이야기를 꺼낸다.

"늦게 써도 괜찮아. 친구보다 늦게 쓰는 건 지는 게 아니야. 그런데, 중도에 포기하면 그건 지는 거야"

나도 신랑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신랑 말에 힘을 실어줬다

반짝이는 "그래도 안 쓸 거야"라고 말한다.

우리 부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했다.

'짝이가 연속수 쓰기를 계속했을까? 아님 그만두었을까?' 궁금하지만 묻지 않았다


어제저녁 식사를 마치고 물어봤다.

"반짝, 귀욤, 오늘 뭐하고 놀까?"

아이들 눈이 반짝반짝한다.

"알까기 어때?"

좋다는 반짝이와 리 귀요미는 싫다 한다. 멀찍이 떨어진 채 대답한다.

"난 알까기 싫어"

"귀요미는 왜 싫어?"

귀요미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반짝이가 얘기해 준다.

"엄마, 지난번에 놀이선생님이랑 알까기 했는데 졌다고 귀요미가 삐쳐서 놀이방 가서 혼자 있었어요"

"그랬구나. 져서 속상했구나. 근데 게임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야. 져도 괜찮아"

"그럼, 나랑 같은 편 먹고 하자"

귀요미의 든든한 짝꿍 반짝이가 훌륭한 제안을 하면서 바둑판을 들고 왔다.

"그래. 형아랑 귀요미랑 한 편 먹어"

귀요미는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바둑알 튕기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반짝이


우리의 알까기 게임 순서는 반짝이, 귀요미, 나였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엄마가 어릴 때 알까기 선수였잖아. 너네 둘이 편 먹어도 엄마가 이길 수 있어"

처음에는 내가 우세했다.

"아싸, 또 땄다"

"아니야. 못 땄어"

귀요미가 내가 딴 바둑알을 잽싸게 움켜쥔다.

"우기거나 반칙 쓰면 벌칙으로 바둑알 5개 줘야 해"

"야 인마, 엄마한테 빨리 줘. 딴 거 내가 다 봤어"

반짝이는 머리가 좀 컸다고 정직하게 게임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 바둑알이 훨씬 많이 남았다. 아이들은 자기네가 이기고 있다며 신나 했다.

"아직 모르는 거야.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야. 역전이라는 게 있어. 인생 역전!"

결국 아이들이 이겼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초집중을 하며 바둑알을 튕겼다.


알까기를 하면서 떨렸다고 한다. "누가 이길까"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야


나이 들수록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준함. 꾸준함이 재능을 이기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남과의 싸움이 아닌 자기와의 싸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

재작년 반짝이가 연속 수 쓰기를 그만둘 때 읽어줬던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서 귀요미랑 읽어봐야겠다.


지금은 반짝이, 귀요미가 모를 수 있지만, 엄마인 나보다는 좀 더 일찍 '꾸준함'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