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을 지킬 줄 아는 아이였으면 (엄마의 소망)

- 양보 잘한다는 말이 반갑지 않다

by 다움코치


반짝아, 네 것은 네가 지키렴!


반짝이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이 동네 초1 남자아이는 대부분 축구센터에 다닌다. 반짝이도 축구센터에 다니고 있다.


반짝이네 축구팀은 총 12명.

1명을 뺀 나머지 11명의 어머니들 모두 축구 수업에 오신다. 반짝이 혼자 보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나도 따라나선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을 때여서 어머니들 얼굴도 익힐 겸...


아이들이 축구 연습을 할 때 또는 끝나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아이들의 성향이 보인다.

'저 아이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구나'

'저 아이가 반짝이한테 저렇게 안 하면 좋을 텐데'


어느 화창한 름날.

그날도 반짝이 축구를 따라갔다. 축구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삼각콘이 있다.

축구 연습이 끝자 코치님은 아이들한테 삼각콘을 주워오라 하신다. 반짝이가 재빨리 달려가서 삼각콘 2개를 모았다.

그런데 삼각콘을 1개밖에 못 주운 아이가 반짝이한테 다가오더니 반짝이의 삼각콘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반짝이가 고개를 두어 번 가로젓는다.

그 아이는 반짝이가 코치님께 가는 길에 계속 조른다. 반짝이는 결국 2개 다 줘버린다.

그 아이는 삼각콘 3개를 팔에 낀 채 코치님께 달려간다.

코치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OO야, 고마워"

삼각콘 주워서 코치님께 갖다 드리기 (사진=pixabay)


엄마는 속이 터진다


축구 수업이 있는 날,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실내센터에서 축구 연습을 한다.

축구가 끝나고 아이들이 옆 경기장에 있는 농구공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한 명씩 농구공을 들고 줄을 서서 골대에 공을 던진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 공이 멀리 가버린 아이가 반짝이 손에 있던 공낚아채더니 골을 던진다. 반짝이는 저 멀리 그 아이의 공을 주으러 간다.

'키가 한 뼘이나 크고 덩치도 훨씬 큰데 아무 소용없네'

엄마인 나는 속이 터진다.


집에 와서 반짝이한테 이야기했다.

"반짝아. 지난번 축구할 때 보니까 OO가 반짝이가 모은 삼각콘을 달라해서 가져가던데.. 반짝이가 싫으면 주지 마.." 반짝이는 간단히 대답한다.

"네"


나는 덧붙인다.

"반짝이 꺼를 친구가 달라고 할 때 주기 싫으면 '내 거야. 하지 마'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돼. 안 그러면 친구들은 반짝이 마음을 모르고 그냥 가져가 버려"

반짝이 대답은 이번에도 간단하다.

"네"


농구공 이야기도 했다.

"반짝아, 축구 끝나고 농구할 때 말이야. 네가 들고 있던 농구공을 OO가 가져가던데 OO가 그렇게 하면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해"...

반짝이는 "네"라고 대답한다.


반짝이가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워낙에 어릴 때부터 친구(심지어 어른도)를 배려하고 분쟁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분쟁을 피하려고 그러나?

친구한테 "하지 마"라고 말하면 자기를 싫어할까 봐 못하는 걸까?... 혼자 추측해본다.



그건 소중한 거 아니야


다가온 주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면서 신랑한테 삼각콘과 농구공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반짝이가 축구할 때 삼각콘 어쩌고 저쩌고..... 농구공 어쩌고 저쩌고..."

그랬더니 갑자기 저 방에서 놀고 있던 반짝이가 나를 향해 큰소리로 말한다.

"엄마, 그런 거 이야기하지 마"

친구들한테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나한테만 큰소리를 치네. 나도 반짝이한테 맞받아쳐서 말했다.

"반짝이 네가 네 것을 친구한테 뺏기니까, 엄마가 속상해서 아빠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반짝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은 다른 사람이 달라고 해도 주면 안 되는 거야"

그랬더니 반짝이가 나지막하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건 소중한 거 아니야. 그래서 줘도 돼"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조금 창피했고 그렇게 말하는 반짝이가 대견하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이런 대사를 한다.

"우리 아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그런 느낌이랄까?!

'우리 반짝이는 다 생각이 있구나'

신났을 때 반짝이 마음의 다양한 빛깔들 (그림=반짝이)


8살 아이의 마음의 크기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나도 어릴 때 뺏기는 아이였다.

엄마는 종종 내가 7살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씀하신다. 그때 얼마나 속이 터졌는지 모른다며...

예쁜 연분홍색 공주님 원피스를 입혀서 유치원에 보냈는데 집에 올 때 후줄근한 티셔츠랑 바지를 입고 왔다고 했다.

"이쩡, 너한테 원피스 어쨌냐고 아무리 물어봐도 입을 꾹 다물고 대답을 안 하잖아. 근데 옆집 언니가 시장 갔다 오면서 네 원피스를 입은 ◇선이를 봤다고 하는 거라. 너랑 같은 유치원에 여시 같은 가스나 있었거든. ◇선이라고... 걔가 너한테 원피스 바꿔 입자 해서 바꿔 입고 온 거였어"


반짝이가 어릴 때부터 양보만 하다가 어른이 되서까지 손해보고 살까 봐.. 나처럼 바보같이 뺏기고 다닐까 봐 걱정되었다.(지금 나는 잘 챙기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런 노파심에 자기 물건을 야무지게 챙기는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욕심을 부렸다.


그러다가 나보다 더 큰 '마음 주머니'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8살 반짝이한테서 교훈을 얻었다.

어른들 세상에서는 자기 것을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어른 쉽게 볼 수 있다. 내 껀 내가 지켜야 한다고 배웠다.

나 또한 그런 어른이 되었다. 른이 되면서 좋은 물건을 받을 기회가 있을 때면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받고 본다.


필요 이상으로 움켜쥐며 살고 있던 어른들 틈에서 고 있던 내가 8살 반짝이의 마음의 크기 앞에서 더없이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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