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인생 직장인'의 깃털 같은 존재감
-인사발령받고 우울한 42세 워킹맘
코뿔소란다. 일찍 퇴근해야 이런 애교도 볼 수 있는데...
어제 오후 4시, 기획본부 임원이 나를 불렀다.
"OOO임원이 이쩡씨 보내달라는데"
OOO임원은 5년 전 모셨던 분이다. 지금 그 임원분이 계신 곳은 진흙탕 싸움터, 아니 불구덩이 속이다...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 전쟁이 한창이다.
차마. 못 가겠다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라시면 가야죠"
(정말 정말 가기 싫어요!!!)
잠시 후 OOO임원이 들어오셨다.
"지금 같이 가자. 당장 짐 싸서 와"
"현 부서 정리 좀 하고 내일 가겠습니다. 그리고 저 지금 출퇴근 조정해서 8시 출근 5시 퇴근하고 있습니다. 그건 보장받고 싶습니다"
"오케이. 그건 보장해 줄게. 뭐 불가피한 게 한두 번은 늦을 수도 있어"
"..."
"그럼 빨리 정리하고 와"
직장인은 A4 인생이라고 한다.
A4 한 장에 적힌 '몇 글자'가 나를 움직인다.
아무리 그래도,
나의 존재가.
가벼워도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입사 후 15년간 정책부서에서 야근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런 나 때문에 친정엄마께서 8년간 아이 둘을 독박 육아하시면서 건강이 악화되셨고,
아이들은 매일 밤 나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아이들 자는 얼굴만 보고 나왔다.
이제 조금 편한 교육 부서에 온 지 3개월. 3개월 만에 다시 바쁜 부서로 끌려가다니... 어제 하루 종일 심란했다.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엄마께 말씀드렸다.
"엄마, 저 바쁜 부서로 인사이동 났어요"
"옮긴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요..."
오늘 아침,
출근하려는데 엄마가 현관 앞까지 배웅을 나와주신다.
나는 조용히 팔을 벌리고 엄마께 다가갔다.
그리고 엄마한테 안겼다.
엄마는 내 등을 톡톡 두들겨 주신다.
"힘내자. 이쩡"
그리고 지금은 출근하는 지하철 안.
갑자기.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앞으로 엄마랑 아이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