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의 가출, 앞으로는 집 나가지 말자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반짝이는 9살, 귀요미는 7살.
저는 형제를 둔 16년 차 워킹맘입니다
"나갈 거야. 놔줘"
"늦은 밤에 어딜 나간다는 거야?"
"술래잡기 안 했잖아"
"엄마가 하자니까 싫다고 하고서는?"
"엄마 말고 형아들이랑 하고 싶었단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형아한테 얘기해서 해준다니깐"
"우리 형아가 OO형아랑 팀 먹고 나만 술래 하잖아"
"그랬구나.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얘기할게"
"결국 술래잡기 못했어. 나갈 거야"
"나가려면 티셔츠 입고 나가. 마스크도 하고. 추워서 감기 걸려. 아이 혼자 다니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가"
"집에 있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아"
제법 힘이 세어져서 감당이 안된다. 귀요미는 나시 바람으로 현관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잠옷을 입고 있던 나는 얼른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쫓아나갔다. '가봤자 아까 놀았던 놀이터에 갔겠지!'라고 생각했다.
술래잡기 전에 비석치기 할 때까지는 분위기 좋았는데...
방금 전까지 놀고 들어온 놀이터, 집 앞 놀이터, 아파트 단지 내 모든 놀이터를 돌아다녀봤지만 아무 데도 없다. 다시 한번 돌고 나서 남편한테 전화를 걸었다.
"같이 찾아보자"
귀요미 성격상(낯선 곳에서도 거침없이 가는) 아파트 단지 밖으로 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112에 전화했다.
"112죠? 아이 좀 찾아주세요. 10분 전에 집을 나갔는데 근처 아무 데도 없어요"
"이름, 나이, 옷차림 말씀해주세요"
"OOO,7살, 흰색 나시티에 하늘색 바지요"
집을 나간 지 20분이 넘어간다.
'아무 일 없겠지?'
아파트의 어둑한 조명이 오늘따라 더욱 거슬린다.
'키가 작은 귀요미를 자가용 운전자들이 잘 못 보고 치면 어쩌지? 나시 바람이라 많이 추울 텐데.. '
온갖 생각이 다 난다. 찬바람이 닿는 팔이 시려서 집에 잠깐 들러 잠바를 걸쳐 입고 집을 나서려는데 남편이 귀요미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귀욤아, 어디 갔었어? 많이 추웠지?"
귀요미의 맨살이 다 드러났던 팔, 어깨가 차갑다. 귀요미는 식탁 위 계란 프라이를 보자마자 먹으려 한다. 남편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귀요미 금방 들어올 줄 알고 써니싸이드 해놨었는데 다 식었네... 얼른 손 씻고 와서 밥 먹어. 샤워는 밥 먹고 하자"
귀요미는 허겁지겁 계란 프라이를 먹는다.
허겁지겁 먹는 귀요미
귀요미는 샤워하면서 쫑알쫑알 수다쟁이가 되었다.
"혼자 다니니까 사람들이 뭐라 안 해?"
"어떤 할머니가 아이고, 아기 춥겠다고 했어. 또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무섭게 쳐다봤어"
"오늘은 시간이 많이 늦었고, 내일 엄마랑 같이 목욕할까?"
"응"
내일 따뜻한 물속에서 슬쩍 물어봐야겠다.
"밖에 나가보니까 어땠어? 집이 제일 좋지?"라고...
귀요미를 찾아다니면서 생각했다.
'귀요미는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지?'
첫째 아이 반짝이가 손이 안 가는 아이라서 상대적으로 귀요미는 날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가도 말썽을 부리거나 고집을 피울 때면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 의뢰해야 하나? 내가 귀요미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출한 날 밤, 잠자리에서 귀요미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서 들려준다. 유튜브 '마이크 검색'을 누르고는 속삭인다.
"모두 다 꽃이야"
"엄마, 들어봐. 유치원에서 배웠어"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모두 다 꽃이야-
귀욤아,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너는 엄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