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by 다움코치
반짝이가 또 학교에 안 간단다. 배가 아프다고

나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 워킹맘. 아침 8시에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친정엄마께 전화가 왔다. 아침에 걸려오는 전화는 대체로 반갑지 않은 내용이다.

"반짝이가 또 학교에 안 간단다. 배 아프다고"

역시나...

엄마 목소리에는 '어떡할 거냐'는 물음, 힘듦, 짜증이 골고루 섞여 있다. 엄마 전화를 받는 나한테 부정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소아과 예약 좀 해봐"

"네"

소아과 예약은 오후까지 꽉 차 있었다. 겨울 들어서 소아과가 너무 붐빈다. 예약 없이 가면 3~4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소아과 진료 오후 4시 이후에나 가능해요. 약통에 배 아플 때 먹는 약 있으니 먹이시고 학교 보내주세요"

전화기 멀리서 반짝이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한테 네가 직접 말해봐"

친정엄마가 핸드폰을 반짝이한테 건네주신다. 반짝이는 울먹일 뿐, 아무 말이 없다.

"반짝아, 약 먹었으니 괜찮아질 거야. 학교 다녀와. 학교 끝나고도 배가 아프면 그때 또다시 병원 가봐"

"소아과 말고 일반 내과 데려갔다가 등교시킬게. 담임선생님께 미리 말씀드려줘"



성실한 아이가 학교를 안 가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학교 친구랑 신나야 놀아야 할 초등학교 2학년인데...

코로나 때문에 작년 1학년 때는 학교에 몇 번 가보지도 못했고, 2학년이 되어서도 책상에 높게 세워진 칸막이 때문에 친구와의 스킨십이 제한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친구랑 얘기 나누면서 밥을 먹지도 못한다.

"학교 가기 싫어"

성실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반짝이는 요즘 저 말을 부쩍 자주 한다.


육아 책을 보면, 우선 아이가 학교 왜 가기 싫은지 마음을 헤아려 주고, 아이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지만,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진짜 배가 아픈 건지 의심부터 든다.

남편한테 전화를 건다.

"반짝이가 배 아프대. 그래서 학교 못 가겠대. 아침에 저런 전화받는 거 정말 지겨워! 내가 애들 돌보느라 두 번 휴직했잖아. 내년에 자기가 휴직하는 거 한번 생각해 봐. 진지하게!"

"어?... 어..."

난데없는 전화 공격에 남편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어버버 하다가 전화를 끊는다.


아침에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좋은 내용은 아닐 거라 예상하는 것처럼, 남편도 아침에 나한테 걸려오는 핸드폰을 쳐다보며 같은 생각을 하겠지? 전화하지 말고 한번 참을걸 그랬나?

멀리서 보면 호강에 겨워 엄살 부린다고 할지도 모른다. 애가 학교 안 간다는데 뭐가 힘든 거냐며 핀잔 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힘들다!'

누구에 비하면 나는 덜 힘들지 않나?... 이런 비교 필요 없다. 내가 집에서 애들과 같이 있으면 괜찮겠지만 친정엄마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온 나로서는 오늘 아침과 같은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힘이 든다!

(벌써 엄마가 육아를 하신지도 9년째니깐 말이다)


기분 전환할 겸 커피 한잔을 마시고 와서 주말에 찍었던 핸드폰 사진을 보다 보니 아침에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르르 녹아 버린다...

그 순간에는 짜증지수가 급상승하더라도 10분의 여유를 가지고 다른 환경에 갔다 와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을 때가 많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반짝이한테 물어봐야겠다

"반짝아, 배는 어때? 오늘 아침에 많이 아팠니?..."


지난주말, 국립중앙박물관 편의점에서 쌓은 추억
뮤지컬 <산타와 빈 양말>을 보면서 추억 하나를 쌓다!


친하게 지내던 간호사 언니가 그랬다.

"애들 때문에 마음이 힘들 때는 응급실이나 소아 병동에 가면 그런 마음은 사그라든다. 아픈 사람을 보다 보면 아이가 건강하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어"

"그렇지.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한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