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원 선생님한테 받은 '굴욕'

- 어머니, 친구 없으세요?

by 다움코치
그렇게 심한 말을?(워킹맘은 서럽다)

오후 3시, 친정엄마께 전화가 왔다.

"오늘 영어학원 안 가는 거라면서?"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요?"

"영어학원 1층에서 oo엄마 만났는데, 오늘 수업 오지 말라고 했대"

"그래요? 학원에 전화해볼게요"


"OOO 학원입니다"

"원감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짝이 엄마입니다. 오늘 반짝이 반 수업 없나요?"

"문자 보내드렸는데 못 보셨어요?"

"못 봤는데 무슨 일 있나요?"

하루 종일 회의가 있어서 문자 확인을 못했었다.

"음...△△초등학교 얘기 못 들으셨어요?"

"못 들었어요"

"어머니, 친구 없으세요?"

가 잘못 들었나? 1초 당황했지만 대답했다.

"친구 있. 거. 든. 요?!!!!!! 축구 같이 하는 친. 구. 들."


이게 뭐람. 초등학생도 아니고...

'친구 있거든요?' 라니...

을구을구.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뒤늦게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이후 선생님이 알려준 내용은 이랬다.

#1. 반짝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할머니(따로 사는 할머니)께서 코로나 확진 판정
#2.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들이 학원에 전화함
#3. 원감 선생님이 학교에 전화해서 확진자 유무 확인
#4. 그 아이의 코로나 검사 결과 나오기 전까지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원에 오지 말라는 문자 발송!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제이페르님 블로그)


창피하다!

원감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오늘 영어학원 안 가요. 자세한 건 퇴근하고 말씀드릴게요"

그러고 나서 업무를 하려는데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어머니, 친구 없으세요?'


아~~~ 창피하다. 왠지 분하기도 하다.

의문의 1패? 어떻게 런 식으로 말할 수 있지? 인기 많은 학원이라고 배가 불렀나?


복잡한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반짝이와 축구를 같이 하는 친구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전화 용건에 대해 이야기 마치고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글쎄, 이러쿵저러쿵... 그러다가 이런 말 들었잖아요. '어머니, 친구 없으세요?' 그래서 '제가 있거든요 친구'라고 대답했어요!"

"푸하하하"

반짝이 친구 엄마 웃음보가 빵 터졌다. 유치한 내 답변 때문이겠지? 구 엄마는 진정하고 말을 이어간다.

"워킹맘이 모를 수도 있지. 학교에서 문자 온 것도 아니고... 그 선생님, 말 참 심하시네요"


나는 늘. 당당.

회사에서든 어딜 가든... 자존감 갑이라 웬만한 일에는 쫄지도 않는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인데...

아이 학원 선생님 앞에서는 을(乙)도 아닌 병(丙)다.

창피해서 뭐? 분해서 뭐?

어쩔 데?

지금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한들 "선생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라고 말할 수 있을까?

NO!


웃음으로 승화시키자 (사진=인사이트)


영어 선생님한테 느꼈던 굴욕감

남편, 회사 친구, 반짝이 친구 엄마한테 재미있게 전달하면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나저나.

'너 친구 없지?'라는 질문에 '나 친구 있거든?'.

이런 식의 유치뽕짝 대답42살에 할 줄이야...

저런 상황에서 정답은 뭐지? 아직도 모르겠다.

무응답이 정답일까?



* 저희 가족을 소개합니다 *

엄마(63세): 바쁜 딸을 대신해 8세, 6세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매일 새벽기도를 가고 매일 운동을 하십니다.

나,이쩡(42세):15년 차 회사원. 바쁜 워킹맘.14년째 주말부부. 새로운 걸 배우기를 좋아합니다.

반짝이(8세):시험관 시술을 통해 찾아온 첫째 아들.엄마와 할머니를 배려하는 아이.하지만 아직 아기입니다.

귀요미(6세):자연임신으로 찾아온 둘째 아들.손이 많이 가지만 귀엽습니다. 에너지가 매우 많습니다.

남편(42세):주말에만 만납니다. 과묵하지만 재미를 추구합니다. 반짝이,귀요미한테 인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