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인데 왜 엄마 마음대로 해요?

- 8살 아이가 자기 인생이라고 한다

by 다움코치


어제저녁 8시.

1학년 반짝이의 숙제를 봐주려고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학교 숙제와 영어 숙제를 해야 한다.

- 학교 숙제는 그림일기

- 영어 숙제는 단어 외우기, 뮤직 스토리 녹음.


"반짝아, 학교 숙제 먼저 하고 영어학원 숙제 하자"

"영어 먼저 하고 싶은데"

"학교가 학원보다 더 중요한 곳이거든"

어릴 적 어른들께 들은 '학교 숙제는 꼭 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무의식 중에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반짝이가 책가방에서 그림일기장을 꺼내면서 뾰루퉁한 표정으로 한마디 툭 던진다.

"그림일기는 써도 써도 적응이 안돼"

반짝이 표정을 계속 살펴본다. 얼굴에 짜증 한가득.

'그래. 순서가 뭐가 그리 중요해?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영어 숙제 먼저 하고 싶으면 해"

"엄마가 학교 숙제 먼저 하라고 했잖아요"

"처음엔 그랬지만 영어 숙제 먼저 해도 돼"

"나는 영어 숙제 먼저 하고 싶은데 엄마는 꼭 학교 숙제부터 하라고 해"

이제 반짝이 목소리와 표정은 짜증에 울먹거림까지 섞여 나온다.


"내 인생인데 왜 엄마 마음대로 해요?"

"너 인생이지. 그래서 영어부터 하라고 다시 말했잖아"

"처음에 안 그랬잖아요"

"처음에 안 그랬어도 그 다음번 말할 때부터는 계속 영어 하랬는데 네가 안 해놓고 왜 그래"

이제는 감정싸움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나도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책도 그래요. 책 3권이 있어. 내가 혼자서 이미 2권을 읽고 1권이 남았어요. 그거 읽고 싶은데 엄마는 내가 읽은 책 2권부터 읽자고 해. 그럼 난 읽기 싫어"

그런 일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 인생인데 왜 자꾸 엄마가, 엄마 마음대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대화, 반짝이의 울먹거림, 짜증을 듣고 있자니 귀가 아프기 시작했고 화도 치밀어 올랐다.

급기야 나는 책을 던졌다. 책가방도 던져버렸다.

"왜 던져요? 엄마는 우리한테 물건 던지면 안 된다고 하면서?!"


이건 폭력이다!

'이쩡, 정신 차려!'

마음속으로 외친 뒤 다시 대화를 시작한다.

"반짝이 인생 맞아. 엄마가 앞으로는 반짝이 원하는 대로 해줄게"


짜증내고 화내고 울다가 우리들의 소중한 1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앞으로 나는 반짝이 인생에 지나친 개입을 하지 않겠다'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방향이 맞으면 방법은 아이를 믿고 아이한테 맡기자'라고 결심했었는데...

'앞으로 부모가 꼭 개입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그러니 사소한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라고 결심했었는데...

'어떤 숙제를 먼저 하느냐'와 같이 사소한 문제를 걸고넘어지다가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싸우고...

어쩜 이렇게 매번 같은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엄마는 반성하면서 잠이 들었다.


철봉에 손끝이 겨우 닿던 아기였는데... 8살이 되더니 자기 인생을 운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