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그 사람의 '냄새'도 좋다던데?
- 그 오빠의 냄새가 기억난다
입을 다물고 자는 첫째 반짝이 / 입을 벌리고 자는 둘째 귀요미
새벽 4시
아이들 입에 뽀뽀를 하고 방을 나온다.
깊이 잠든 아이들은 내가 입을 맞춰도 잠시 얼굴을 움찔할 뿐이다.
입을 다물고 자는 첫째 반짝이와 달리 귀요미는 입을 벌리고 자서 그런가? 자고 일어난 귀요미 입가에는 늘 하얗게 침 자국이 남아 있다.
뽀뽀를 하는데 귀요미의 침 냄새가 난다.
귀요미처럼 귀여운 냄새.
새벽 6시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해놓으신 밥통이 김을 뿜어내면서 소리를 낸다.
치익~취이익~~~
밥이 다 되면 친절히 알려준다.
"맛있는 밥이 다 되었습니다. 잘 저어 주세요"
공기를 통해 전해오는 구수한 밥 냄새가 좋다.
아침 7시 출근길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긴 생머리 아가씨가 은은한 꽃향기를 남기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향기롭네. 아차차 오늘 아침 향수 뿌리는 걸 깜빡했네. 내일은 잊지 말아야지'
겨울바람의 냄새가 있다
저녁 8시,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다
"얘들아, 엄마 왔다. 와서 안아줘야지"
달려 나오는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내 몸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 냄새, 아이들한테서는 아이들 고유의 냄새가 난다.
8살 반짝이 머리에서는 쉰 내도 난다.
"우리 반짝이 오늘 신나게 놀았나 보네."
6살 귀요미 머리에서는 아직 아기 냄새가 난다. 땀이 안나는 체질이라 형이랑 똑같이 놀아도 쉰 내가 나지 않는다.
"오구구, 우리 아기"
주방에서는 엄마의 김치찌개 냄새가 난다.
'맛있겠다. 얼른 씻고 밥 먹어야지'
매콤한 엄마표 김치찌게
20년 전,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시절
경희대 한의대 오빠들과 미팅을 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사랑의 짝대기를 했고 그 오빠와 나는 서로를 지목했다. 몇 번의 데이트를 했다.
어느 날 지하철 승강장에서 오빠와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지하철이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오빠의 점퍼가 펄럭이면서 오빠의 냄새가 내 코에 전해져 왔다.
나쁜 냄새는 아니었는데 그냥 싫었다.
그 날 오빠는 여동생의 코치를 받고 그 점퍼를 골라 입고 온 거라면서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멋을 부리고 왔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냥 오빠의 냄새가 싫었다.
오빠가 싫었던 건지, 냄새가 싫었던 건지 모르겠다.
그게 오빠를 본 마지막 날이었다.
오빠는 갑자기 내가 왜 그만 만나자고 했는지 모를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오빠의 냄새'를 기억한다
사랑하면 그 사람의 '냄새'를 좋아한다고 한다
반짝이와 귀요미는 아빠가 보고 싶을 때면 아빠(내 남편)의 잠옷을 껴안고 아빠의 냄새를 찾는다.
사람이 그리우면 그 사람의 체취를 찾는가 보다.
냄새란 참 신기하다.
나한테서는 어떤 냄새, 아니 어떤 향기가 날까?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 향기가 나면 좋겠다
*남편이 좋아하는 냄새*
- 아기들 발 냄새. 맡으면서 좋아한다. 난 아무 냄새 안나던데...
- 자기 양말냄새. 그걸 왜 맡냐고 물어보면 '자기가 오늘 하루 이렇게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