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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바다 May 07. 2020

뽀시래기 와 길냥이에 대한 추억

냥이와의 애잔하고 풋풋한 기억


정원에 배꽃이 만개하던 유월의 늦 봄..


우리 집에 수개월 머물던 길냥이(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無知해서 '도둑고양이'로 불린 시대임)

아장아장 걷는 뽀시래기 새끼 6마리를 데리고 현관문 사이로 고개를 쏘~옥 내민다. 너무나 신기하고 이뻤다.

그 녀석이 나타난 게 그 사건(아래 글)이 있은지 한 45일 후로 기억한다. 반가움에 바라보니 저 뒷 발치에 뽀시래기 아빠가 머쓱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렇게 45 일만에 나에게 한가족 전체가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다시 그 당시 기억을 거슬러 보면..

어느 해 겨울..成猫인 고양이 한 마리가 마침 나의 혼자 식사 중이던 시간에 현관문 밖에서 야옹야옹거린다.

이 녀석 배가 고픈가 보다 여겨 고등어구이 한토막을 건넨다. 그러니 처음에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안심이 되는지 허겁지겁 먹어댄다.


그렇게 한 반년 동안이나 미리 준비했던 생선 한두 토막을 내어주는 시간들이 흘렀다.

그동안 자주 거실을 거쳐 무릎 위에 앉아(소변같이 뜨뜻함 ㅋ)

'그렁그렁'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졸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전, 깜짝 놀란 것이.. 이 녀석이 목덜미에 심하게 상처를 받아 나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긴급히 머어큐롬 소독하고 테라마이신 연고를 듬뿍 발라줬다.

한 10일 후 딱지가 깨끗이 머문 목덜미를 가지고 온 녀석을 보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런데 어느 날 이른 아침 "고양이가 소파에 새끼를 낳았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내가 늘 앉아 녀석을 안아주던.. 바로 그 자리이다.

일단, 탯줄을 일일이 끊어주고 나니.. 당황한 고양이 엄마가 새끼들을 물고 나의 방 다락 속에 긴급 피신시켰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 배꽃이 활짝 핀 늦봄에.. 우리 집 나에게 고개를 빼꼼 내밀고 온 가족이 배시시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뽀시래기 6마리는 봄볕이 마냥 좋은지 연신 장난질이다.

저 먼발치 아빠 냥이가 멋쩍은 듯 미소 펀치를 팡~날린다.


문득 오늘 생각난 

유일한 고양이에 대한 애잔하고도 풋풋한 오래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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