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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Sep 30. 2015

꿈꾸는 형제 이야기

촌PD의 바라본세상 세번째 이야기

 바람이 설렁 설렁 부는 것이 내 마음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열정의 계절을 보내고 코끝 징~한 사색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을이 되면 나는 항상 학창시절 꾸었던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때 이문세, 성시경의 노래 따위를 들으며 캠퍼스를 거닐었다. 필자의 경우 이런 가을을 참 좋아했다.

 가을 공기는 성숙했고 캠퍼스에는 낭만과 술이 넘쳐났다. 모두가 두근거리는 계절에 가끔 시원한 가을하늘을 바라보면 무언가 먼 미래에 맞닿은 듯 그 느낌이 꽤나 설레던 모양이다. 지금도 가을이 되면 꿈꾸며 설레던 20대 청년이었던 나의 모습이 살짝 부끄럽게 회상된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지만 그 꿈을 지켜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꿈을 지도하고 이끌어주는 실용서적도 참 많아졌다. 필자의 경우 휴먼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면서 "Dreams come True"의 바이블 격인 어떤 한 형제를 만났다. 오늘은 그 형제의 꿈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사진설명 : 현재 서한퍼플모터스포트 팀에서 활약중인 장현진 선수)

 벌써 4년이 넘은 일이다. 자동차에 미친 형제가 있다고 하여 찾아 간 곳은 태백의 자동차 경주장, 한창 레이스가 펼쳐진 이곳의 분위기는 온통 아드레날린 투성이었다.

 부릉부릉하던 엔진 소리는 이내 굉음으로 바뀌고, 고막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지릿하게 손끝까지 전해왔다. 한껏 상기된 시선으로 경주용 자동차의 스피드를 쫒고 있으니 눈에 들어오는 준수한 청년 둘, 이들이 오늘의 주인공 장현준(당시 36세), 장현진(당시 34세) 형제였다.  

 형인 현준씨는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마치 로이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외모에 부드러운 이미지까지... 같은 남자라도 좀 질투가 났다. 동생인 현진씨는 서글서글한 외모에 눈웃음이 일품이다. 이들의 별명은 자동차에 미친 형제였다.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충북 제천에 위치하고 있다. 형제라는 의미의 ‘브로스’ 간판아래 이들의 사업장에는 그야말로 자동차로 가득하다. 고급 수입차에서부터 슈퍼머신까지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사실 이들은 자동차와 관련된 대학교나 학과를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유독 자동차를 좋아했던 이 형제는 형은 자동차 디자인튜닝 쪽으로, 동생은 메카닉 튜닝쪽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며 강의가 끝나면 자동차 정비공장으로 달려가 일을 배웠던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한국 최고의 드라이버를 꿈꿨던 형제, 실제 동생 현진씨는 현재 서한퍼플모터스에서 현직 드라이버 생활을 하고 있다. 형은 동생의 드라이버 코치로서 경기 기록과 상태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하고 지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찰떡궁합 덕분일까 현진씨는 얼마전 프로경기 출전 2년 반 만에 값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설명 : 왼쪽이 동생 장현진 선수, 오른쪽이 형인 장현준 선수겸 브로스 대표)

 이 우승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자동차와 레이싱에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과학적 기술을 접목시킨 것, 그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한국최초 레이싱 전용 디지털 계기판을 만들었다. 모터스포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계기판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자동차의 성능, 서킷에서의 주행상태, 기록 등 모든 것들이 컴퓨터 통신과 연동되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기계인 것이다. 형제가 이런 계기판을 발명하게 된 계기는 한마디로 ‘답답해서’라고 한다. 실제 이 계기판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국내 모터스포츠의 경기 기록과 차량 상태 분석 등은 거의 아날로그 시대 수준이라 국내 모터스포츠가 발전 할 수 있는 기틀조차 없었다. 이에 형제는 본인들이 좋아하는 꿈을 위해 계기판을 개발하고 판매하기에 이른다. 꿈이 답답함을 이긴 것이다. 

 ‘미쳤다’라는 말은 중의적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정신나간 사람을 가리킬 때, 또 하나는 무언가에 집중하여 헤어나오지 못하는 집념의 의미로도 쓰인다. 당연히 이 형제의 경우는 후자쪽의 의미로 차에 미쳐있었다.

 이들은 새차를 사면 멀쩡한 집을 놔두고 차안에서 잔다고 한다. 이를 본 현준씨의 부인은 기겁을 했다가 그냥 한숨한번 짓고 돌아섰다고 한다. 남편의 그런 모습에 자기도 반했으니까... 하긴 꿈에 미친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반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후배들에게 꿈에 대해 정의할 때 세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첫째, 꿈은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있어야 하며

 두 번째, 내 꿈을 남에게 말할 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어야 진짜 꿈”이라는 것이다. 

 위의 형제는 이 요건을 가장 잘 갖춘 훌륭한 본보기였다. 실제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내 룸메이트에게 꿈을 물었을 때 “노벨상을 받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대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꿈을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함에 반해 그들의 꿈은 간단명료했던 것이다. 

 차에 미친 형제도 자동차와 평생 함께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들의 꿈도 간단명료했으며 또한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들 형제는 행동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한창 많은 생각이 오가던 학창시절에 확고한 꿈을 가지고 기름밥을 먹으며 남들과 다른 삶을 준비해 온 형제, 그 결과 꽤 잘나가는 사업가로 혹은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카레이서가 되어 있었다.     

 우리 학생들은 요즘 이 가을 시기를 지내면서 어떤 마음일까? 낭만이 가득차있어야 할 캠퍼스에 혹시 고민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취업, 학점, 토익 등 미래에 대한 고민에 어깨가 무거운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을하늘에는 고민 말고 꿈을 채우세요”라고... 가수 이소라씨의 노래처럼 오늘도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이 캠퍼스에도 청량한 바림이 불고 그대들의 가슴속에도 가을은 숨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낭만이 가득한 계절 가을... 여러분은 ‘꿈’이라는 낭만을 꿀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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