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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Sep 30. 2015

수많은 미생의 이름으로

촌PD가 바라본 세상 여섯번째 이야기

 tvn에서 흥미로운 드라마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라는 뜻의 바둑용어 ‘미생’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마주한 듯하다. 그래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싶은 생각이 불현 듯 든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이다. 내년 봄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마지막 캠퍼스 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이것저것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에게 졸업이후의 삶은 시커멓고 깜깜하다. TV에서는 연이어 청년실업 해소를 외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학생들에게 체감되는 취업경기는 시베리아 추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시즌이 찾아오면 필자에게 꼭 한 두 명씩은 취업 전략을 물어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은데 “본인의 스펙으로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이 대다수, 그들에게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대답은 ‘예스’이다.     

 세상에서 안 되는 직업은 없다. 다만 취업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수많은 먹는 것에 둘러싸여 있다. 음식을 먹는 것, 나이를 먹는 것, 욕을 먹는 것, 마음을 먹는 것...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많은 먹는 것들 중에서 “마음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취업시즌이 되면 예비취업자들은 몇 번의 도전 혹은 몇 번의 낙방으로 현실의 벽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이는 모든 취업준비자들에게 공통된 현상이다. 명문대를 다닌다고 취업률이 100%는 아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좋은 대학을 안 나와서, 스펙이 안 좋아서” 이런 생각을 한다. 취업의 문제를 본인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필자의 경우도 그랬다. 몇 번의 쓰디쓴 낙방을 맛보고 나니 그 맛은 마치 잘나가는 권투선수의 스트레이트를 몇 대 맞은 기분이었다. 무기력해졌다 그리곤 바로 본인의 현실을 비하하기 시작한 경험이 있다.    

 입사이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마음을 먹었던 시절 나는 왜 그랬나 싶다. 결국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즉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결국 취업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궁합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 궁합이 참 애매하다. 신은 우리에게 궁합을 알아맞히는 능력을 모두에게 주지 않았던 것, 그래서 결국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남들이 내는 회사(일반적으로 대기업)에 지원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의 예비취업자들이 거의 비슷한 생각으로 원서를 쓰기 시작하니 특정 부분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외부적인 환경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대기업-중소기업간 빈부격차를 심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서울 소재의 회사 혹은 대기업에 인력이 많이 몰리고 지방이나 중소기업에는 항상 인력난에 허덕인다. 세상이 이런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그 구조속에서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또 떠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우석훈 저자의 ‘88만원 세대’를 읽어보면 우리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얼마나 무거운 현실의 무게를 떠안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면 인생의 선배로서 마음이 무겁다.    

 현실은 급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이 글을 통해 혹시 모를 자기 탓을 하고 있을 학생들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고 싶었다. 필자의 경우도 대학 4학년 때 취업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스트레스성 대상포진이라는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 옆에서 취업을 해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꽤나 태연한 척 하려고 용쓴 모양이다. 그 마음의 병이 신체를 통해 나타날 줄이야. 일주일정도 병원에 입원하면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냥 “나를 필요로 해주는 회사가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하며 부모님께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비관적일 것 같았던 내 미래를 차라리 긍정적 생각을 하며 보내기로 했다. 나는 취업이 되면 어떤 사원이 되어야겠다. 혹은 첫 월급으로 부모님 뭘 사드릴까? 매달 10만원씩 적금해서 나중에 해외여행 가야지... 이런 것들은 생각만으로 즐거웠다. 그리곤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면접을 보니 긴장도 덜하게 되고 비로소 면접 때 웃음을 보일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 꽤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너무 노여워하지 말라는 시 구절이 있다. 현재 본인의 스펙이 두려운 자는 스펙을 좀 더 높이기 위한 노력만 하면 된다. 그 생각만 하면 된다. 그리고 자기가 가고 싶은 회사에서 본인을 세일즈 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자기 책망은 본인의 미래에 그 어떤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고 나이를 먹으면 오늘의 행운의 여신은 내가 서있는 쪽으로 돌아보게 된다. 명심하자 취업문제에 있어 해답은 없다 하지만 명답은 있다.


(사진설명 : 경남 합천 황매산의 일출전 모습,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법... 나를 아름답게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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