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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 이방인 Nov 22. 2016

이탈리아의 숨은 매력

소소함의 가치

우리 부부는 자칭 '이탈리아 중독자'이다.

다녀본 나라들 중 유독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알면 알수록 더 호기심이 폭발하게 되는 신비한 땅이요, 가고 또 가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연중 두어 번은 기본이요, 때로는 별 계획 없이 훌쩍 떠나기도, 때로는 철저히 동선을 구상해 방문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하면 많은 것들이 연상된다.

수천 년 역사를 삼킨 문화재들의 천국,

알프스와 지중해를 어우르는 대자연,

달콤 부드러운 젤라토와 알록달록한 먹거리,

신의 물방울로 알려진 다양한 급의 맛스런 와인,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수많은 명품 브랜드,

그에 걸맞은 길거리의 무수한 무명 패셔니스타들...

그리고 그곳에는 뜨거운 정열이 하늘 아래 땅위로 한가득 넘친다. 반짝이는 태양은 청춘을 달구고, 가슴에 품은 열정은 삶의 참맛을 배가시킨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매력을 뽐내는 이탈리아. 하지만 내가 꼽는 이 나라의 숨은 저력은 작고 아담한 지방의 소규모 마을. 로마, 베니스, 밀라노 등 가봐야 할 유명도시도 많은데 "왜 굳이?"라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방송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도 한 여행지 소개 방송에서 나의 의견에 한 표를 던져주었다, 이탈리아의 진정한 매력은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돌아본 후에나 제대로 깨닫게 된다는 말로.


소소한 행복이 주는 후한 기쁨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건 도시들은 비슷한 특성을 띤다. 시골마을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얄미운 새침데기와 정겨운 이웃사촌의 차이랄까?

이탈리아에서는 동서남북 어느 마을을 가건 성당과 광장이 있고, 비좁은 골목길 창 밖으로 매달려 흔들리는 빨래 널린 풍경이 정겹다. 베네토 주이건, 롬바르디아 주이건, 토스카나 주이건 그 어딜 가도 마을들의 구성은 참으로 흡사하다. 때문에 눈에 익은 듯한 풍경처럼 친근하나 오묘히 각 마을마다의 색다른 매력이 가미되어 은근히 중독성있다. 어데선가 본 듯한 익숙함에 쉽게 마음이 열리고, 열린 마음으로 본다면 그 어떤 새로운 것들도 낯섦을 벗고, 친근하게 다가서기 나름이니까.

 

이미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 작은 마을도 상당수다.

리구리아 해에 위치한 친케테레라 불리는 다섯 개의 어촌마을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보석들도 무척 많다. 최근 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무너져 내린 아마트리체가 그중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누구에게나 알려진 인기 명소가 아니기에 다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을 수도, 명소라 하기에는 왜소하고, 소박해 보이는 곳도 있다. 하나 화려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소함의 가치가 때로는 더 소중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두루 알려져 있지 않아도, 각 지역이 지닌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는 설렘이 쏠쏠한 것이리라.

떼 지어 다니는 관광객들이 없는 곳들을 찾아 떠난 곳에서 진주를 발견한 순간의 짜릿함을 무어라 형언하리오. 저마다의 특색과 자랑거리로 단장한 소박한 동네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정이 후한 사람들을 만나는 흐뭇함을 즐긴다. 말이 안 통해도 최선을 다해 응해주는 인정, 소매치기 걱정 없이 그네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자유로움이 허락되는 곳들이 이탈리아 곳곳에 아직도 숨겨져 있다. 그런 곳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의 정감 어린 깊은 촌마을이 연상되곤 한다.


다니다 보면 고급 호텔 또는 식당 등 어디를 가건 기본적으로 한 가지 빈 틈을 영락없이 허용하는 인간다운 면모도 드러내는 이탈리아. 초반에는 '이런 나라에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세계적인 스포츠 명차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완벽하기보다는 공공연히 드러내 놓는 작은 빈 틈조차 이탈리아의 매력처럼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 나라의 특색은 그들의 감각이다. 도시건 촌이건 어데를 가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멋스럼을 아는 사람들이 활보한다. 반면, 서민들의 삶이 곳곳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깊게 페인 주름 사이로 피어오르는 한 자락의 평온함에 내가 쉼을 얻고, 꾸밈없는 애정표현과 넘치는 끼를 서슴지 않고 발산하는 그네들의 자유로움이 감추기에만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는 크나큰 부러움으로 다가선다.


에스프레소 한 잔의 싸한 풍미를 즐길 줄 아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지켜가는 삶의 터전.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나라,

무질서 속 나름의 규칙이 있는 나라,

캐면 캘수록 속살이 궁금해지는 나라.

그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피어 있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리듬이 살아있고,

그들의 대화 속에 후한 정이 춤을 춘다.

갈수록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나라, 이탈리아.  

우리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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