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풍경 소리

재즈가 말해주는 것들

05

by 영인

내 방 한 구석에는 만들다 만 크리스마스트리가 포장지에 싸여 놓여있다.

춥던 겨울도, 그다음 봄도 다 지나고 계절은 여름 앞을 서성이는데

트리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눈이 많이 오던 밤이었지.

나는 창문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있었다.

캐럴 대신 틀어놓은 재즈 선율이 혼자 있는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음악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름다운 목소리에 선율 한 방울까지 다 눈물로 내 가슴을 적셨다.

울면 눈물이 멈출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물이란 내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도 계속 넘칠 수 있는 걸 깨달았어.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었다.

사랑이나 연애는 사치라는 걸 애써 기억했다.

이를 악물고 앞만 보고 걸었다.


아무리 아파도 시간을 보내고 견디다 보면 잊히기도 하더라.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지기도 하더라.


왜 운명은 그토록 가혹했을까 원망할 시간 조차 없었다.

그렇게 가혹했던 게 내 운명이었구나 깨닫게 되더라.

눈물 대신 슬픈 웃음이, 원망과 분노 대신 깨달음이 피아노 건반 위를 굴러다닌다.

장조에서 단조로, 다시 장조로 인생이란 뒹굴고 뒤집히며

그렇게 흘러가는 것.


완성하지 못한 크리스마스트리는 다음 크리스마스에 완성하면 되겠지만.

그 겨울 잃어버린 사랑은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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