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풍경 소리

구름 위 공주

06

by 영인

어릴 때부터 하늘을 올려다 보는 걸 좋아했다. 한동안 하늘을 응시하다 보면 마치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보는 것처럼 어지러워진다. 하늘이 바다처럼 내 발밑에 있고 땅이 하늘 대신 머리 위에 얹혀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구름 위로 뛰어오르면 푹신푹신한 솜이불 위에서 뛰어다니듯 온 몸이 팡팡 튀어 오를 것만 같다. 수시로 변하는 하늘의 색과 구름 모양을 바라보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상 속에 한동안 빠져들곤 했다.


하늘나라에는 아름다운 구름의 성이 있고, 그 성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님이 살고 있다. 공주님이 잠시 성에서 나와 구름 사이를 뛰어다니며 뭉게뭉게 구름을 만든다. 그렇지만, 하늘나라에도 악의 세력들이 있어서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늘 그들이 등장한다. 비가 오래오래 내리는 장마 때는 공주님이 그놈들에게 납치되어 슬픔의 눈물을 흘려 비가 더욱 거칠게 내린다.

공주는 울다가 지쳐 잠이 들고 다음날 깨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공주가 갇혀있는 돌탑 창문으로 구름 한 덩어리가 흘러 들어왔다. 공주는 곁으로 다가온 구름 덩어리를 손으로 어루만진다. 구름은 공주의 친구인 것 마냥 곁에서 공주를 위로해준다. 공주는 금세 기운이 났다. 공주는 지금 아무도 없는 어두운 외딴 탑에 갇혀 있지만, 누군가가 반드시 자기를 구하러 올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때였다. 갑자기 돌탑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공주도 몇 번인가 멀리서 본 적이 있는 이웃나라 왕자님이 칼을 들고 서있었다.

"공주, 내가 구하러 왔습니다. 자, 어서 여기를 탈출합시다!"

공주는 왕자가 건넨 손을 꼭 붙잡고 구름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탑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쫓아왔지만, 공주와 왕자는 이미 저 구름 너머로 사라진 후였다.


하늘나라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상관없다. 구름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항상 내 마음을 사로잡으니까. 단 한 번도 똑같은 이야기가 없다. 내일의 구름이 오늘의 구름과 같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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