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풍경 소리

그런 사람

09

by 영인

사진과 거울 속의 나는 항상 다르게 보인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보고 싶은 부분만 확대해서 보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 걸까. 하지만 사진에 찍힌 내 얼굴은 주관이 배제된 객관적인 나의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항상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낯설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세상 미녀들이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 놀라게 된다. 그 모습에 눈이 익숙해지다 보면 어딘지 모자란듯한 내 모습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메이크업을 제대로 하고 속눈썹도 붙이고 찍고도 보정까지 해보니 사진 속의 나는 전혀 다른 얼굴이 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진 속 변장한 얼굴이 실제 나인 척 살게 되었다. 사진 속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쌩얼로 슬리퍼 하나 신고 집 앞 마트에서 과자를 고르고 있는 나를 모른다. 나의 진짜 모습, 내 진짜 얼굴은 어느새 숨기고 싶은 진실이 되었다.

'나의 쌩얼과 나의 실제 성격과 나의 못난 구석까지 전부 알게 된 다음에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었다. 근데 정작 그런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또다시 머뭇거리며 나를 숨기려 드는 것은 아닐까. 환하게 웃고 있는 가면 뒤에 가려진 내 진짜 얼굴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내 쌩얼을 보고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분명 나를 사랑하기 때문일 거다. 한 사람의 여성이 가족을 제외한 사람에게 쌩얼을 공개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나서야 가능한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마음을 활짝 열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배려를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딱 한 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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