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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던 날, 빗소리를 듣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예전에는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을 느꼈었다. 어쩐지 가슴이 시린, 눈에 눈물이 고일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지금은 빗소리를 들어도 슬프지 않다. 오히려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행진곡처럼 밝게 들린다. 어디론가 열심히 걸어야 할 것 같은, 손을 뻗으면 솜사탕 같은 행복이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 오는 날, 잔잔한 쇼팽의 곡이나 감미로운 재즈를 틀어놓고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톡톡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에 맞춰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댄다.
어릴 적에 읽었던 책을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어보면 그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날씨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쩌면 나도 이제 조금은 어른이 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뿌연 창문에 손끝으로 낙서해본다.
'오늘도 smi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