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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쯤 전 유명 서점에서 막 나온 신간으로 만났던 책이었다. 중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났다. '고객이 막 팔고 가신 책' 진열 부분에서 다른 책들과 나란히 꽂혀 있다. 눈에 확 띄는 예쁜 표지와 역시 감각적이던 제목으로 꽤 인기도 있었던 바로 그 책이었다. 독자들의 마음에 들어 팔려 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책 시장에 나온 그것은 더 이상 '신간 서적'이 아니다. '중고' 서점에서 '중고'라는 딱지를 붙인 채 표지와 책장 사이가 약간씩 낡아진 모습이 마치 내가 거울에 비친 것 같다.
언젠가부터 '유행'하는 옷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내가 밉게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나이에 맞는 주름살과 몸매를 가지게 되었을 뿐이다. '젊음이 아름다움과 동의어는 아닌 것처럼 늙음도 '추함'의 다른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희는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던 영화 은교의 대사 한 구절처럼.
신간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는 설렘으로 독자를 만났을 책이 '중고' 딱지를 붙이고 나온 걸 보니 이상한 아련함이 먼저 다가온다. 2년 전 사보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망설였던 책 가격은 중고 서점에서 반으로 줄어들었다. 나도 모르게 책을 꺼내 들고 가만히 책장을 넘겨 본다. 모퉁이는 조금 낡아졌지만 지금도 예쁜 표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풍기는 종이 냄새, 곳곳에 눈에 고운 글자들이 내 마음을 살짝 끌어당긴다. 신간일 때는 감각적이고 새로운 내용이었지만 지난 2년 동안 곳곳 필요한 부분이 인용되는 바람에 지금은 독특하고 익숙한 내용으로 그 느낌이 바뀌었다. 새로운 내용을 집어넣지 않아도, 표지를 요새 취향으로 바꾸지 않아도 책은 역시 책이고 변함없이 고귀하다. 내가 변해가는 외모에 절망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늙어가는 것' 이 아니라 성숙해지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